[ 부자동네타임즈]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이 "예산집행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관용차의 사적 사용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국방부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최 총장의 부인과 아들이 관용차를 수시로 이용하고 총장실 리모델링 중복공사 등으로 수천만원의 예산을 허투루 쓴 것이 문제가 됐다. 수의장교를 불러 관사의 애완견을 진료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 총장은 이례적으로 엄중 경고를 받고도 공군총장직에서 물러날 뜻이 없다고 한다. 감사결과 지휘권을 박탈할 정도로 심각한 위법행위는 없다지만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어처구니 없는 행태가 드러난 마당에 대한민국 공군의 수장으로서 영(令)이 설지 참으로 걱정이다. 게다가 그 감사결과마저도 허점투성이의 '면죄부' 감사라는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다.
국방부 감사결과에 따르면 최 총장은 계룡대 공군본부 총장실 리모델링 재공사와 복도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3천400만원을 낭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함께 최 총장 부인은 서울 공관에서는 주 1∼2회, 계룡대 공관에서는 월 1∼2회가량 관용차를 이용했고, 회사원인 아들은 홍대 부근의 업무거래처 등에 가려고 10회가량 관용차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7월께 최 총장의 부인이 출산을 앞둔 딸의 집을 방문했을 때는 운전병에게 커튼을 달게 했으며, 수의 장교가 한 차례 왕진해 최 총장 관사의 애완견을 진료한 것으로 밝혀졌다. 신성한 국방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한 장병을 총장 가족까지 나서 개인적인 일에 아랫사람 부리듯이 부린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나 있을법한 일이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어이가 없을 뿐이다.
이번 일은 최 총장의 공군작전사령관 시절 공관병이 올해 초 제대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총장 부인의 관용차 이용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후 최 총장과 관련한 각종 비리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국방부에서도 감사에 나서게 됐고 그 결과 관용차나 장병을 개인적인 일에 이용한 부분이 확인됐다. 핵심 의혹으로 제기된 제10전투비행단장 시절의 370여만원 부대운영비 횡령 부분은 "오랜기간 경과로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만 밝혔다. 고액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시원치않은 답변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때문에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그동안 제기한 의혹을 씻어내는데 초점을 맞춘 면죄부 감사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아마도 최 총장 가족들이 관용차를 수시로 이용한 것을 사소하다고 생각하고 엄중 경고하는 선에서 이번 일을 마무리한 듯하다. 최 총장도 감사 결과가 나온 뒤 "앞으로 공군이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영공방위의 주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애정어린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방부나 최 총장은 국민이 무엇 때문에 분개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몇백, 몇천만원의 공금 횡령이나 예산 낭비보다 총장의 부인과 아들이 관용차를 자기 차처럼 이용하고, 운전병에게 딸 집의 커튼까지 달게 한 것에 더 분개하고, 수의 장교가 총장 관사 애완견을 진료하러 왕진까지 간 것에 더 허탈해 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