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데 이어 사람 간 감염까지 확인됐다. 병명에서 보듯 그동안 주로 중동에서 환자가 발생했고 감염자 수도 그리 많지 않아 국내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 가족 외 2차 감염까지 발생했으니 참으로 충격적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중동지역에 다녀온 68세의 한 남성이 메르스에 감염된 데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감염자도 잇따라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남성은 4월 중순부터 바레인에서 농작물 재배와 관련된 일을 하다가 카타르를 거쳐 이달 초 귀국했다고 한다. 메르스는 전염성이 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첫 환자를 간호하던 이 남성의 부인은 물론 2인실 병실을 같이 썼던 다른 남성까지 감염됐다고 하니 전염병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혹시 이 질병을 일으키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가 전염성이 강한 쪽으로 변이를 일으키지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 같다.
2012년 4월 중동에서 처음 발생한 메르스는 높은 치사율 때문에 한때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기도 했지만 전염성이 낮아 환자 수는 1천여 명 선에서 정체됐고 최근에는 확산 속도가 현저히 둔화했다. 전체 환자 중 90%에 육박하는 996명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발생해 일부에서는 중동의 토착병 정도로 간주하기도 한다. 실제로 중동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계 다른 지역에서 발병 사례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에 3번째 환자까지 발생한 과정을 보면 위기감이 든다. 같은 공간에 일정 시간 있었다는 것만으로 감염됐다는 것은 메르스가 감기 정도는 아닐지라도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는 전염성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처가 신속하면서도 강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메르스는 2003년 세계에서 8천여 명이 감염돼 약 800명이 사망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가 원인균이고 증상도 비슷하다. 약 일주일의 잠복기를 거쳐 사스처럼 고열, 기침,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데 사스와 다른 점은 급성 신부전증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직 메르스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고, 치사율은 무려 40%를 넘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메르스의 이런 잠재적 위험성을 고려해 2013년부터 메르스중앙방역대책반을 만들어 대비해왔다고 한다. 우선 매뉴얼에 따라 3명의 확진 환자는 물론 그들과 접촉한 가족, 의료진 64명을 격리하고 이 질병에 대한 관리체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공항에서는 중동에서 오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하고 건강상태질문서도 받고 있다. 적절한 조치로 보이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더 강력한 조치를 강구하고 예방과 방역, 사후조치 등에 빈틈이 없는지도 다시 점검하기 바란다. 중동에서 감염된 첫 환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2차 감염이 발생한 것은 관리체계가 허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보완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위험을 과장해 국민을 불안하게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머뭇거리다가 실기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 메르스를 초동단계에서 확실하게 제압하지 못하면 더 큰 사회적 혼란과 재난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 사명감을 갖고 대처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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