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미국의 사드 압박이 도를 넘어선 느낌이다. 프랭크 로즈 미국 국무부 군축·검증·이행담당 차관보는 19일 미국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한미연구소(ICAS) 주최 토론회에서 "사드는 러시아나 중국의 광범위한 전략적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줄 수도 없다"면서 "사드가 한국에서 가동된다면 전적으로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에 대처할 방어용 무기체계가 될 것"이라며 사드 포대의 한반도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를 하지도 않았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논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불가피성을 역설한 것이 분명했다. 제임스 윈펠드 미국 합동참모본부 차장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여건이 성숙되면 한국 정부와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방한 마지막 날인 18일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 등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밝힌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작정하고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한미 간 대북 공조는 1인치, 1㎝의 빛도 샐 틈이 없다"며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한 케리 장관의 발언 뒤에 "제안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고, 따라서 결론도 내린 바 없다"는 한국 정부의 사드 관련 입장을 무색하게 하는 말을 잇따라 쏟아내는 것은 외교적 결례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했을 때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한 뒤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미국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사드 배치 불 지피기에 나서는 것은 북한이 최근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케리 장관이나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의 위협 진화를 언급하면서 사드 얘기를 꺼낸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나 사드가 SLBM에 대한 효과적 대응 체계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안보 전문가들 가운데는 비용대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사드를 굳이 한반도에 배치해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성을 증폭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들이 많다. 북핵 대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오히려 사드 배치가 북핵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북핵 논의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극구 반대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더욱 첨예해 질 수밖에 없고, 북핵 논의는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사드의 전략적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사드를 주한미군에 들여오느냐 한국군이 구매할 것이냐 여부가 우선 검토대상이 될 것이다.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으로 짚어봐야 할 부분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우리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데도 미국정부 고위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를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청와대는 "아직 미국이 우리 측에 공식 입장을 통보해 온 바가 없다"면서 "미국의 요청이 오면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 안보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이나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북핵과 미사일 억지의 효용성과 우리의 외교 전략적 득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주도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너무도 당연하다. 사드는 한미동맹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없으며, 그렇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사드 문제는 한미 양국이 서로의 입장을 정하고 적절히 조율해 결정하면 되는 군사적 사안일 뿐이다. 사드를 도입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위험해지고, 사드를 도입하면 한중관계가 파탄 날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사드 문제를 과대 포장할 우려가 크고, 급기야는 우리의 외교적 운신 폭을 축소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우리 정부가 의연하고 냉철하게 대처해 나가길 진심으로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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