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립탈피 기회 걷어찬 북한의 반 총장 방북허가 취소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5-20 11: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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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타임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이 북한의 방북 허가 취소로 무산된 것은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반 총장의 방북에 거는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 또한 크다. 북한은 이번에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확인시켜줬다. 이미 합의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깸으로써 상식과 관례가 통하지 않는 곳임도 다시 증명됐다. 남북관계에서 적지 않게 봐왔던 익숙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유엔 수장의 방북을 예정일 하루 전에 거부한 북한의 이번 행태를 이해해 줄 세계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반 총장의 이번 방북 계획이 북한에 나쁠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방북허가를 취소한 배경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방북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킬 기회였다.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으로서는 바깥 세계와의 교류, 협력 의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기회였기도 했다. 반 총장의 방북시 우리 정부 고위관계자들도 대거 동행할 계획이었다. 남북 당국 간의 자연스러운 접촉도 기대됐다. 1979년 쿠르트 발트하임 총장, 1993년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총장 이후 22년 만의 유엔 사무총장 방북 계획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탈피할 소중한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최근 높아지는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을 당초에 허가했을 때나, 예정일을 하루 앞둔 상태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방북 허가를 취소한 것은 모두 김정은의 결심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은 김정은 통치 이후 조성된 '공포 정치'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의 한마디에 밑에서 아무런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2013년 말 고모부이자 후견인이었던 장성택을 갑자기 처형함으로써 세계를 경악시켰다. 최근에는 군 서열 2위이자 인민무력부장인 현영철을 반역죄로 처형했다는 국가정보원 보고도 있었다. 원래도 예측할 수 없었지만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하루아침에 정권의 핵심인사도 처형당할 수 있는 체제로 바뀌는 모습이다. 그만큼 북한 내부에서 정권의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북한의 공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정은 체제는 반드시 어느 시점에 급작스럽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무너질 것"이라면서 "그때 한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을 구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반 총장의 방북 무산은 북한의 상황을 어느 때보다 더 주시해야 할 때가 지금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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