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중국 시진핑 주석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상회담은 파격적이었다. 시 주석은 모디 총리를 자신의 고향인 시안으로 초청하고 직접 '가이드'역할을 하며 극진히 환대했다. 시 주석은 모디 총리의 손을 잡고 "제가 외국 정상을 제 고향에서 맞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색까지 냈다고 한다. 물론 지난해 9월 두 정상이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에서 회동한 적이 있어 이번 시안 회동은 답례의 성격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마음 깊이 간직한 중국 지도자가 베이징이 아닌 다른 도시로 직접 가서 외국 정상을 맞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것도 세계 1,2위 인구대국이자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양국 정상의 회동이라는 점에서 시 주석이 가이드를 맡아 당나라 유적인 대안탑을 안내하는 모습 자체만으로도 세계에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중국의 이 같은 적극적 외교 행보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행보로 봐야 한다. 중국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경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본격화하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미국의 우방을 비롯한 57개국을 가입시키는 성과를 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 및 서방과 각을 세운 러시아와는 경제, 군사, 문화 등 다방면에서 사상 최고의 협력관계를 일궈나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파키스탄과 인도,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 지역까지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단은 미국이나 일본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최대한 많은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중국의 전략인 셈이다. 지난달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 때 미국 측이 극진한 환대로 맞이한 것도 이번 시 주석의 모디 총리 영접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분명한 점은 지금 세계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과거 총칼을 겨누었던 적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밀월의 파트너로 서슴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티베트 영유권을 둘러싸고 지난 1962년 대규모 군사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지금은 소강상태지만 아직도 양국 국경선은 확정되지 않아 언제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양국은 이를 뒤로하고 현재의 국익을 좇아 신밀월의 시대를 열고 있다. 일대일로 구상에 인도의 협력이 필수적인 중국과 낙후된 인프라 건설에 세계 1위 달러보유국인 중국의 투자가 절실한 인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호주, 일본과 동남아를 거쳐 인도에 이르는 가치동맹체를 만들어 중국의 굴기를 봉쇄하려는 미국의 아시아재균형 전략 역시 과거 태평양 전쟁 때 치열한 교전국이었던 일본과의 역사적 화해를 통한 미일 동맹관계의 격상이 그 중심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국제관계에서 국익이 최고의 가치가 되고 있음을 시 주석과 모디 총리뿐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치열한 글로벌 생존경쟁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우리의 후세를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일지를 고민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첫 번째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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