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울한 스승의 날, 추락한 교권 회복하려면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5-15 15: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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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타임즈]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고, 스승의 사랑은 태산같이 무겁고 바다보다 더 깊다고 했다. 15일은 하늘 같은 스승의 은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스승의 날이다. 겨레의 위대한 성군이자 스승인 세종대왕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지 34년째다. 전국 각 교육기관과 학교에서는 이날 다채로운 보은 행사가 열렸고 700여개 초중고교가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전시성 기념행사는 많이 줄어든 반면 사제간 신뢰를 다지는 현장 체험행사가 많아진 게 눈에 띈다. 예전에 비해 조용하고 간소해진 스승의 날 행사 이면에는 교권 추락과 사제간 신뢰 저하, 촌지와 관련한 부정적 시각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대다수 학교가 재량 휴업하거나 단축수업을 하고 학부모의 교내 출입을 통제한 것은 촌지 수수 등 문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뜻도 있다고 하니 씁쓸하기만 하다.



스승의 은혜가 임금·부모의 은혜와 같다는 의미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떠올리는 게 우습기만 한 세상이다. 교권 추락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고 교실에서 선생님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학생들 훈계는커녕 바라보기도 두렵다고 토로하는 교사가 많다. 당장 사흘 전에도 경북 구미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나무라는 여교사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또 한 번 충격을 안겨줬다. 2년 전 경남 창원의 한 사립고교에서 학부모가 학생들 앞에서 아들의 담임교사를 폭행한 사건이나 3년 전 충북 음성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학생 앞에 무릎을 꿇고 빌며 사과하던 장면은 교육 현장의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2009년 1천570건에서 2012년 7천971건으로 3년 사이 5.1배로 급증했다. 집계되지 않은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가 가장 심각하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설문조사에서도 국민 10명 가운데 8명꼴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존경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와 교사가 이처럼 신뢰를 잃고 무기력해진 게 누구의 책임이냐고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교사·학생·학부모 모두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안정된 직장에 연금이 보장된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는 많아도 참스승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의 소리가 작지 않다. 스승은 잘 가르치는 교사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제자의 가슴에 열정의 불을 지르는 위대한 스승이 되고자 노력해야 한다. 스승이 스승다울 때 제자다운 제자가 있다는 말이 있다. 대학생들이 존경받기 위한 스승의 덕목으로 첫째 '대화와 소통능력', 둘째 '신뢰', 셋째 '배려심'을 꼽았다는 한 설문조사 결과는 흘려 넘길 일이 아니다. 교사가 사랑이 아닌 화풀이 대상으로 제자를 폭행하고, 교수가 제자를 상습 성추행하는 일이 그치지 않는 현실에선 스승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먼 얘기일 뿐이다. 땅에 떨어진 교권을 회복하려면 교육 일선의 선생님 못지않게 학부모의 노력도 중요하다. 가정은 최적의 인성교육 현장이다. 학부모는 밥상머리 교육이 실종됐다고 개탄하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출산과 핵가족 확산으로 자녀 과잉보호는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학교를 진학의 한 과정으로, 교사를 지식 전달자로 낮춰 보는 시각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일선 교육 현장에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제자를 구하려고 살신성인한 고(故) 남윤철 교사 같은 참스승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도 대다수 교사는 긍지를 잃지 않고 학생들에게 바른 인성과 지식을 심는데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명예퇴직으로 학교를 떠나려는 교사가 1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는 통계는 교육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를 우울하게 만든다. 수업과 무관한 각종 잡무와 학부모의 지나친 간섭 등으로 사기가 꺾인 선생님들에게도 격려의 박수가 필요한 때다. 최선의 교육여건을 조성하고 스승을 공경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일은 교사와 학생의 힘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학교와 교육당국, 가정과 사회 전체가 백년대계를 세우는 일에 동참하지 않으면 초라해진 스승의 날처럼 국가의 미래도 빛을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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