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언젠가 터질 게 지금 터진 것일 뿐이다." 서울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2사단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터진 뒤 예비군 7년차라는 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아무런 여과 없이 온갖 사람이 뒤섞여 훈련을 받을 뿐 아니라, 사격훈련 때는 제대로 된 정신교육조차 없이 시간에 쫓기듯 훈련 일정을 소화하는 현실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나, 불순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돌발적 행동을 해도 제어할 수 없는 게 지금 예비군 훈련장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실제로 13일의 총기 난사 사건도 가해자 최모 씨가 실탄 10발이 든 탄창을 지급받아 K-2 소총에 장전하고 사로(사격구역)에 들어서서 한 발을 사격한 뒤 갑자기 뒤돌아서 동료 예비군들 향해 난사하면서 벌어졌다. 가해자는 7발을 난사해 2명을 숨지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뒤 8번째 총탄을 자신에게 쏘아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써 왜 총기 난사를 했는지는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가해자 최씨는 현역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부대를 여러 차례 옮긴 것으로 나타나는 등 특별관리가 필요했다. 병적기록상에도 우울증 치료 기록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잠복해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다른 예비군과 똑같이 실탄을 지급하고 사격훈련을 하도록 한 군 당국이 이번 사건의 원인 제공자라고 해도 군은 할 말이 없게 됐다. 지난해 6월 5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한 동부전선 GOP 총기 난사사건의 범인 임모 병장도 관심병사였다. 군은 사건 이후 관심병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병영문화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지만 예비군 훈련장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세워놓지 않았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는 대위급 간부 3명과 현역병 6명이 사격훈련을 통제하기 위해 배치돼 있었고, 현역병들은 6개 사로마다 한 명씩 배치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난사가 가능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또 실탄 지급 방식도 어떤 부대는 영점조준용 3발을 먼저 준 뒤 나중에 실제 사격용 총탄을 지급하고, 이번 사건이 난 내곡동 훈련소처럼 10발이 든 탄창을 일괄지급하는 곳들도 있는 등 부대마다 다르다고 한다. 또 총기를 지상에 고정해 두는 부대가 있는가 하면 자유자재로 들 수 있도록 하는 부대가 있는 등 예비군 총기관리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는 것도 큰 문제로 드러났다. 우리 예비군 훈련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예비군을 관리하는 부대의 군기가 허술한 것도 문제다. 이번처럼 고의적인 총기 난사까지는 아니었다 해도 최근 5년간 예비군 부대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 건수가 68건에 달한다는 집계는 예비군 관리부대의 군기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국방부와 육군은 이번 사건의 경위를 철저히 규명하고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자들에 대해 엄중히 문책하는 것은 물론, 예비군 훈련장에 대한 안전조치 실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 차제에 예비군 훈련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북한과 대치한 우리 안보 현실에서 예비군 제도 자체를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안 가면 고발 당하니 어쩔수 없이 간다'는 심정으로 임하는 현재의 예비군 훈련은 아니한 만 못하다는 지적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역 예비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나 일용근로자의 생계 지장에 대한 문제, 주특기를 고려하지 않은 동원 훈련, 부족한 실비 논란 등 예비군 훈련의 부정적 요소들을 정밀히 들여다 보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도 훈련장 사고 예방의 근원적 대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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