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국방부가 11일 군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를 목표로 한 군사법원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반장교가 재판관으로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고 지휘관에게 부여된 형량 감경권도 원칙적으로 없앴다. 또 사단급 부대에서 운영돼 온 보통군사법원을 평시에는 폐지하고 군단급 이상 부대에서만 운영토록 했다. 군사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려고 일반장교의 재판관 참여를 배제하고 형량 감경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아냈지만 기존 폐해를 답습할 수 있는 구멍을 그대로 뒀다는 평가가 많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쏟아진 군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적 비판과 개선 요구에 밀려 시늉만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군사법원법 개정안은 우선 보통군사법원의 재판관을 '군판사 3인'으로 규정했다. 부대 지휘관이 대령이나 중령급 일반 장교를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에 참여시키던 심판관 제도를 없앤 것이다. 심판관은 군 지휘권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지만 지휘관이 재판에 개입해 공정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심판관 제도를 폐지했으나 '고도의 군사적 전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심판관 1인을 재판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뒷문을 열어놓았다. 군형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같은 군사범죄로 제한했다고는 하나 부대 지휘관이 여전히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놓음으로써 법 개정 취지를 반감시켰다. 또 지휘관이 선고된 형량을 줄일 수 있는 감경권 역시 원칙적으로는 폐지했지만 '성실하고 적극적인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범죄'에 한해 2분의 1 미만의 범위에서 감경할 수 있다"고 예외를 뒀다. 부대장이 마음만 먹으면 피고의 형량을 줄이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헌법 110조에 따르면 군사법원의 설립 목적은 군기 유지와 전투력 보존·발휘에 있다. 이를 근거로 군 지휘권 보장을 위해 심판관제도나 형량 감경권이 필요하다는 군측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군사법원의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개정안은 지휘관의 권한이 남용될 수 있는 소지를 여전히 남겨 놓음으로써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렵다.
군사법원은 2004년에도 폐지까지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이 논의되다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정식 안건으로 채택해 제도개선을 모색하다 제한적으로 수정하는 데 그쳤다. 이번 군사법원법 개정안도 심판관 제도나 형량 감경권에 손을 댔으나 군사법원의 특수성을 들어 지휘관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했다. 군은 군사법원의 제도 개선 외에도 군사법원의 고질적인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해야 한다. 병영 내에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방위산업 관련 비리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가 군사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주장도 있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간 여군 피해 범죄 132건 중 83건이 성범죄였으며, 재판이 완료된 60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올 초에는 방위사업과 관련된 비리 혐의로 구속된 현역 군인 5명 중 4명을 군사법원이 수사도 안 끝난 상태에서 풀어줘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군사법원의 이런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은 지휘관의 형량 감경권과 더불어 군 사법체계 개혁의 필요성을 증대시켰다. 군사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려면 기본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지양하면서 일반 장교가 재판에 참여하는 심판관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고 지휘관의 형량 감경권을 더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당국은 군사법원을 아예 폐지하고 전시에만 운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던 점을 유념해 군사법원제도 개혁을 반쪽짜리로 만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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