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투명하게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정부는 5일 긴급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사회통합을 위한 사면제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개선방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키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사면권이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권한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행사돼선 안 된다"면서 특사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결국 특사 절차를 강화하고 특사 대상을 제한하는 쪽으로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사면권을 가진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정부가 나서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줄이는 것이라 비상한 관심을 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사면이 힘있는 사람들에 대한 특혜인 것처럼 비쳐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정치불신을 야기하는 일이 되풀이됐다"면서 "사면은 결코 비리사슬의 새로운 고리가 돼서는 안 되고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는 한계를 벗어나는 무리한 사면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가 "정치개혁의 첫 단추이자 정치개혁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담고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권한을 제한하는 결과물을 내놓음으로써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사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대국민메시지를 통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에서 2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받은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을 때 '물타기'라는 비판이 많았고, 이번 특사제도 개선 지시 때도 의도와 배경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크게 엇갈렸다. 이제 법무부가 중심이 돼 사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사면법 개정에 나선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지시가 사면권의 오·남용을 제대로 방지할 수 있는 개선 방안으로 이어질지, 그래서 정치개혁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규정한 사면법은 1948년 제정이래 단 3차례만 개정됐으며 그마저 소폭에 그쳤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이 비리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구제하는데 오·남용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이를 제한하려는 개정안 발의는 숱하게 많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것이다 보니 실제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19대 국회에서도 11건에 달하는 사면법 개정안이 관련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여기에는 특사도 일반 사면과 마찬가지로 국회 동의를 얻도록 절차를 강화하거나, 대통령 친인척이나 정무직 공무원, 대기업 총수 등 특권계층이나 특정범죄자에 대한 사면을 못 하게 요건을 강화하는 안들이 포함돼 있다. 2013년 초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측근들을 사면해 비난 여론을 일으킨 것을 전후해 국민정서를 고려해 발의됐지만 이후 앞서와 마찬가지 이유로 추동력을 잃은 상태였다.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사면권은 제대로 활용하면 국민화합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사면권이 오·남용 되면서 비리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권력의 힘을 빌려 회생하는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특혜처럼 인식돼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특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법무부가 중심이 돼 방안 마련에 나선 만큼 법조계와 학계 등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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