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 안 되게 하려면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5-04 14: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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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5일은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올바르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고 어린이 애호사상을 앙양하기 위해' 어린이날로 지정된 지 93년째 되는 날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린이날은 전국이 하나같이 축제 분위기다. 각 시·도·군과 단체는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적어도 이날 하루만큼은 어린이가 사회의 주인공인 양 한껏 들뜨게 된다. 바쁜 일상 때문에 평소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어른들도 아이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꿈을 어떻게 키워줘야 할지 고민하는 기회를 갖는다. 사회 지도층이나 어른들은 이날만 되면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라고 앵무새처럼 되뇐다. 두말할 것도 없이 어린이는 부모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짊어지고 나갈 우리 모두의 희망이요 기둥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학교와 공터를 가득 채우고 왁자지껄 떠들어대야 할 어린이 수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급격한 출산율 감소로 어린이 수가 줄다 보니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도 원생·학생 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공개한 '시·도 연령별 추계 인구'에 따르면 2013~2040년 인구는 충남·세종시만 증가할 뿐 서울·부산·대구·전남 등 대부분 지역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1970년 454만명이었던 0~4세 인구가 2040년에는 17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장기 경기침체와 소득 양극화로 저소득층 가정이 빠르게 붕괴하고, 사교육비 부담은 날로 가중돼 출산을 기피하는 가정이 늘기 때문이다. 낳은 아이도 기르기 어려워 교회 등에 마련된 '베이비박스'에 버리는 경우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마다 출산장려 및 보육정책을 주먹구구식으로 내놓고 있지만 미봉책일 뿐이다. 출산율 급감을 걱정하는 척하면서도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어른들의 기 싸움으로 어린이 보육이 차질을 빚고 있지 않은가. 학교 무상급식 문제가 사회·정치적 논란이 되는 현실은 원인과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너무도 비교육적이다. 이대로라면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출산장려책과 보육정책을 지자체에 맡길 게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의 하나로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당연하다.



어린이가 과도한 경쟁과 학력지상주의의 희생이 되지 않도록 사회 전반의 인식을 전환하는 일도 시급하다. 학업에 내몰린 어린이는 그 스트레스에 빠져 건강한 성장을 하지 못하고, 사회와 학교의 무관심 속에 폭력에 멍들어가고 있다. 지금도 상당수 학생이 교내에서 폭행과 협박, 집단따돌림에 시달리고 있지만 실상 파악도 정확히 안 되고 있다. 최근 인천 어린이집 아동 학대사건 이후 전국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9월부터 시행된다.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한다고 아동학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무책임하고 순진하게 들릴 정도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따르면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부모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가정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를 사회문제로 보지 않는 인식 때문에 신고로 이어지지 않을 뿐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정에서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제 부모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아동을 보호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 어린이가 5월의 신록만큼 푸르고 아름답게 성장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그래야 텅 빈 학교 마당과 마을 놀이터가 예전처럼 떠들고 뛰노는 어린이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소파(小派) 방정환 선생이 중심이 된 색동회는 일찍이 1923년 어린이날 선언문에서 어린이를 종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완전한 인격적 대우를 해야 한다는 아동존중사상을 설파했다. 9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귀담아들어야 할 불변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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