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차 세계대전 패전 70주년(8일)을 앞두고 또다시 과거사에 대해 공개 반성했다. 메르켈 총리는 3일 최초의 나치 강제집단수용소인 바이에른주 다하우 수용소를 방문해 나치 과거사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독일 현직 총리가 수용소 해방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연설에서 "나치와 생각, 신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수용소에 갇히고 고문받고 죽임을 당했다"면서 "우리는 희생자를 위해, 또 우리 자신을 위해,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해 이를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2일 주례 팟캐스트에서는 "누구도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는 없다"며 "우리 독일인들은 나치 시대에 행해진 일들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주의 깊고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의 과거 직시 행보는 유별날 정도다. 1991년 독일 통일 후 첫 조각에서 여성청소년부 장관으로 발탁된 뒤 그녀의 첫 외국 방문지는 이스라엘이었다. 총리 취임 후에도 4차례나 이스라엘을 방문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사죄했다. 그런 노력은 냉담했던 유대인들의 마음을 녹였다. 히브리대학에서는 그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했고, 이스라엘 정부는 2008년 건국 60주년을 맞아 메르켈에게 의회 연설의 기회를 주기도 했다. 어디 메르켈뿐이랴. 역대 독일 총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었을지언정 과거사 반성에는 한결같았다. 독일의 과거 직시 행보는 메르켈 총리가 말했듯 독일 스스로에 큰 이득이 됐다. 전범국 독일이 유럽연합의 맏형이자, 세계 정치·경제의 핵심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독일의 진정성 있는 과거사 반성을 주변국들이 수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독일이 또다시 과거 나치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나라는 이제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독일과 똑같은 전범국인 일본의 아베 정권 행보는 메르켈 총리와는 완전히 반대다. 아베 총리는 지난주 미국 방문기간 세계의 이목이 쏠린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아시아 침략전쟁과 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끝내 사죄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 "일본의 행동이 아시아 여러 국가에 고통을 안겨준 사실로부터 눈을 돌려선 안 된다"는 교묘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본질을 비켜가는 그의 연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든 과거사를 미화하고 수정하려는 아베 총리의 행태에 안쓰러움과 우려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침략', '사과', '반성'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담기를 거부하는 아베 총리가 "과거 정권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말한다면 누가 이를 곧이곧대로 믿어주겠는가. 그가 말하는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변국들이 '신 군국주의'로 해석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독일은 2차 대전의 과오를 정리했기에 유럽통합을 이룰수 있었다"며 "과거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아베 총리에게 충고한 바 있다. 그러나 아베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주변 인사들은 "우리는 독일과 다르다"며 반발했다고 한다. 유대인 대량학살을 저지른 독일과 일본을 동일선상에 놓고 말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민족을 마루타 삼아 생체실험을 감행하고,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들을 학살하는 등 열거하기도 어려운 일본의 죄과는 나치 정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일본 우파들은 과거 식민지배가 한국을 개화시켰고, 한국의 전후 복구 과정에서 일본이 큰 도움을 줬다고 강변하며 되레 자신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뻔뻔한 이웃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냉철하고 주도면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정부 당국의 책임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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