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경제지표가 갈수록 심상치 않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4% 오르는데 그쳤다. 담뱃값 인상 요인(0.58%포인트)을 제외하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디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수입액도 4개월 연속 동반 감소해 부진한 경기가 재확인됐다. 소비자물가, 수출·입 모두 국제유가 하락이 크게 작용했다고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불황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한층 더 커졌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정책 수단이 제한돼 있는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0%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을 심각하게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유가 급락이라는 특수한 외부 변수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산물, 석유류 등 가격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물가는 최근 4개월 연속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 하락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포인트 끌어내렸다고 하니 일리 있는 분석으로 보인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유가 하락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4월 전체 수입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8% 줄었는데 석유제품 수입액은 무려 48.9%나 급감한 것이 사실이다. 국제유가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출도 액수로는 8.1% 줄었지만 물량으로는 0.8% 감소에 그쳤고,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을 제외하면 오히려 1.2% 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부가 디플레이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제시하는 근원물가 상승률도 1월 2.4%에 이어 2월 2.3%, 3월 2.1%, 4월 2.0%로 계속 낮아지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한다면 5월에는 1%대로 내려앉을 가능성도 있다. 내수가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은 기업의 투자 축소로 자본재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인데, 이것 역시 내수 부진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더구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웃돌았던 전세계 교역 증가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래에는 중국의 내수 확대와 미국의 제조업 국내 복귀로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해졌다.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우리나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더구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발생하는 소위 '불황형 흑자' 때문에 원화 가치 절상을 막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수가 막혔는데 수출 경쟁력까지 악화하고 있는 셈이다.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 당장 추가 금리 인하, 추경예산 편성 등 내수 회복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 이와 함께 개혁과 혁신, 그리고 저출산 대책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중장기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성장률, 물가상승률, 고령화 등에서 20년 격차를 두고 일본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까지 답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 정치권, 그리고 우리 사회의 주요 주체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일본과는 다른 길을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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