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점으로 돌아간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갈등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4-29 23: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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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해양수산부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세월호 유가족의 의견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안을 29일 공개했다. 특조위와 세월호 유가족이 요구해온 10개 사안 중 7개는 수용하고 나머지 3건은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특조위는 "지난달 말 입법예고된 시행령안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고 단어만 조금 바뀐 수준"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세월호 가족협의회도 "어떤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 수정안을 30일 차관회의, 내달 4일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한다는 계획이지만 특조위와 세월호 피해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싼 갈등은 "원만히 해결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부에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석태 특별조사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노숙 농성 중이고 특조위는 꾸려진 지 5개월이 돼가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특조위와 세월호 유가족들은 특조위의 업무 범위를 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 등으로 제한한다며 시행령 자체를 철회하라고 요구해 왔다. 특히 기획조정실장이 위원회 업무와 각 소위원회 업무를 종합기획·조정하도록 해 위원회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며 소위원장의 권한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요구에 대해 정부는 수정안에서 '정부 조사결과의 분석 및 조사'를 '정부 조사결과의 분석, 원인규명에 관한 조사'로 바꿨다. 이에따라 정부조사 결과를 분석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체적으로 별도의 조사를 진행할 수 있게됐다. 이와 함께 기획조정실장의 명칭을 행정지원실장으로 고치고 업무를 '기획 및 조정'에서 '협의 및 조정'으로 바꿨으며 협의 및 조정의 범위는 특조위원장이 내부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반면 소위원장이 각각의 국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갖게 해달라는 요구는 심의·의결기구인 소위원회가 관련부서를 관할하는 것은 통상적인 정부조직의 원리와 특별법에 맞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세월호 참사 원인 조사와 특검요청, 청문회 개최 등을 수행할 조사1과장을 민간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요구도 조사1과장을 지휘·감독하는 진상규명국장을 민간인이 맡는다는 점을 들어 원안을 유지했다. 특조위나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를 들어줬다고도 할 수도 안 들어줬다고 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시행령의 실질적인 내용보다 극명한 인식차와 상대방에 대한 불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김영석 해수부 차관은 이날 수정안 내용을 설명하면서 "특조위의 다양한 의견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대폭 수정했다"고 주장한 반면 특조위 측은 "단어만 조금 바뀐 수준", "수정된 것 없는 수정안"이라고 일축한데서 잘 드러나 있다.



정치권마저 여기에 가세해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새누리당은 특조위와 유가족의 요구가 받아들여졌음을 강조하며 반영되지 못한 부분은 현행 법체계나 정부조직 원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기획조정실장을 행정지원실장이라고 이름만 바꾼 건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세월호 참사는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되는 국민적 비극이다. 그런만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란 명칭대로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안전사회를 만드는 데는 진영논리나 정략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 진영논리에 빠져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하거나 무조건 덮으려고만 해서는 특별법을 만든 취지가 무색해진다. 무엇이 진정으로 세월호 특별법의 취지를 살리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시행령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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