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27일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 나온 대통령의 첫 구체적인 조치다. 박 대통령이 예상보다 빨리 귀국 당일 이 총리의 사표를 재가한 것은 난국 수습을 늦출 수 없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파문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앞으로 대통령의 수습 행보가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취임 70일 만에 이 총리가 물러나게 됨으로써 박 대통령은 새 총리를 찾는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특히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총리를 인선하는 것은 국정 분위기 일신과 동력 회복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새 총리 인선과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새로운 국정 혼란의 시작이 되어선 절대 안 된다. 이를 위해선 네 편 내 편을 가리지 않겠다는 임명권자의 결심이 중요할 것이다. 도덕성을 갖추면서도 국정 추진력을 보유한 인물을 백방으로 찾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중남미로 떠나기 전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면 어떤 조치라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 나갈 것인지도 좀 더 분명히 국민에게 직접 설명할 필요가 있다.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정권 핵심 인사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고 잠재적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됐던 이 총리는 취임 석 달도 안 돼 물러났다. 국정의 최종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진솔하게 입장을 설명하고 난국 수습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사과를 통해 이번 파문을 매듭짓고 가야 한다는 인식은 여당 내에서도 퍼지고 있다고 한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을 직접 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고, 김무성 대표는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의 사과나 입장 표명에 대해 신중론도 있다고 한다.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논쟁이 진행되기에는 현재 상황이 훨씬 더 엄중해 보인다. 자칫 대통령의 '사과'나 '유감'의 시기·대상을 두고 논란이 길어지는 것은 또 다른 실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어정쩡한 입장 표명으로 논란이 이어지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이번 파문을 제대로 수습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독립적이고 철저한 수사 진행을 보장하는 분명한 방안도 내놓아야 한다. 집권 3년차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통령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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