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성 전 회장의 측근을 체포했다.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수행비서 두 사람이다. 성 전 회장과 십수년간 같이 한 두 사람은 '성완종 리스트'의 실체를 밝히는 데 필요한 물증을 없앴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을 긴급 체포한 것을 기점으로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증거인멸 부분에 대한 수사에서 의미가 있는 단서가 나왔고 이를 토대로 수사가 돌파구를 찾았다는 수사팀 관계자의 언급도 전해지고 있다. 수사 개시 2주가 다 되가는 시점까지 별 진척을 보지 못한 리스트 수사가 속도를 붙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착수 단계부터 험난한 앞길을 예고하고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의혹이 분출되고 당사자가 직접 해명에 나섰다가 의혹이 다시 만들어지고 증폭되는 악순환을 차단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몇몇 핵심 관련자들의 말바꾸기는 의구심만 키우고 말았다. 이완구 총리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고 했다가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공개됐고, 단독회동을 부인했지만 이를 반박하는 증언이 쏟아져 나온데다 '비타500' 현금 전달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사퇴하고 말았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다. 김 전 실장은 당초 비서실장 재임 때 성 전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저녁 자리에서 만났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또 지난 2006년 9월 독일방문 당시 초청재단이 체재비를 부담했으며 "개인 돈을 많이 써야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으나 재단 측은 `항공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명이 군색해 진 듯하다. 이런 말바꾸기에 덧붙여 홍준표 경남지사 측이 돈 전달자로 알려진 사람을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홍지사는 "걱정하는 측면에서 진상을 알아보려 한 것이지, 회유라는 것은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쯤되면 신뢰의 위기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신뢰 부재의 상황인 것 아닌가 싶다. 수사가 국민의 인정을 받는 수준의 결과를 내놓기는 극히 어렵게 됐다. 그만큼 수사 환경이 나쁘다.
이제 야당까지 특검을 들고 나왔으니 검찰은 특검을 예정하고 수사를 해야 한다. 아직 수사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데 수사를 검증할 특검을 각오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수사가 광범위한 기초 조사와 물증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앞으로는 핵심 의혹을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겨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물론 특검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이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어 하루이틀새 특검이 도입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그것도 확신할 수는 없다. 지금이야 말로 검찰의 명운을 걸고 수사 결과를 내기 위해 진력해야 할 때다. 이제 특검은 변수가 아닌 상수(常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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