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우외환 한국경제, 성장잠재력에 초점 맞춰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4-23 16: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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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23일 원·엔 환율이 한때 900선 밑으로 내려가 7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2012년 6월까지만 해도 100엔당 1,500원대였으니 3년도 안 돼 무려 40% 이상 빠진 것이다. 외환 위기 상황도 아닌데 준 기축통화인 엔화의 환율이 이 정도의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엔화 약세의 시발점은 2012년 말 아베 정권 출범이다. 아베 총리가 장기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집권 초부터 '아베노믹스'를 내세워 무차별적인 돈 풀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세계무대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당장 눈앞의 엔화 약세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수출 상위 100대 품목 중 무려 55개가 겹친다고 한다. 이들 품목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이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일본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 우리는 반대의 처지가 된다. 지난해말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5%떨어지면 수출은 1.14% 줄고 경제성장률은 0.27%포인트 낮아진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엔화 가치가 40%나 떨어졌으니 그 악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엔화 약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큰데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일본을 향해 '아베노믹스'를 중단하라고 한들 우리 말을 들어줄 리가 없다. 일부에서는 우리도 일본처럼 양적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제적인 금리 인하와 공격적인 돈 풀기에 나서면 대외적으로는 원화가치 하락을 통해 수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고 대내적으로는 기업 이익 증가, 소득 증가, 내수 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과 후유증을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일본과 같은 20년 장기 불황은 아니다. 그러잖아도 위험 수준인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공산도 크다. 이와 함께 준 기축통화국인 일본과 달리 우리는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환위기 위험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더구나 우리는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행의 단계적 금리 인하와 정부의 제한적 재정 확장 정책이 지금 상황에서는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언제는 경기가 좋았을까만 지금 우리 경제를 보면 내우외환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어렵다. 이날 발표된 한국은행의 2015년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올해 1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8%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연속 0%대 성장이라고 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에서 3.1%로 낮췄는데 그나마 수출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엔저로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 2%대 진입 가능성도 없지 않다. 상황이 비상한 만큼 정부는 통화, 재정 정책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 경제를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어느 정도까지 완화적 정책을 펼 수 있을지 검토해봐야 한다. 수출 기업들, 특히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배려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점을 둬야 할 것은 각종 개혁 작업들을 꾸준하고 충실하게 진행함으로써 성장 잠재력 확대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엔저라는 불리한 대외환경을 제품 혁신 등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 우리 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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