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연이어 보도된 공직자들의 사려 깊지 못한 언행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경남지역에서는 근로자들이 체불 임금을 받기 위해 부산지방노동청의 근로감독관을 찾아갔는데 도움을 받기는 커녕 모욕만 당했다고 한다. 이 근로감독관은 "요새 노예란 말이 없어 그렇지 노예적 성질이 근로자성에 다분히 있다. 현재의 노동법도 옛날 노예의 어떤 부분을 개선했을 뿐이지 사실 이게 돈 주고 사는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근로감독관이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조건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법이 정해진 범위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도 노동 관련 법률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듯한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을 토대로 억울함을 호소하러 온 민원인에게 오히려 자괴감만 안겨줬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근로감독관은 한 명이 무려 2천개에 이르는 사업장을 담당해야 할 정도로 힘든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일은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하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다른 근로감독관들을 맥빠지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세월호 유가족과 장애인들을 향한 종로경찰서 경비과장의 부적절한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종로서 경비과장은 지난 18일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유가족과 시민들을 향해 방송을 통해 "불법집회에 참가한 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십시오", 경찰관들에게는 "우리 경찰관 아주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을 반복했다고 한다. 또 20일 장애인의 날 집회에서는 기동대원들에게 "오늘은 장애인들의 생일 같은 날", "우리 경찰관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말을 늘어 놓았다고 한다. 경비과장은 나쁜 의도로 한 말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야유나 비아냥으로 느낄 만한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고 한다거나,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와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는 장애인들에게 '잔칫날'이라는 식으로얘기한 것은 백번 양보해도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정부 정책이 언제나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불만이 있거나, 소외되거나, 손해를 보는 국민은 있게 마련이다. 정부는 그들의 불만을 경청해 시정할 수 있으면 시정하고 당장 해결이 어려운 경우에도 그들의 마음을 달래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도 상처난 국민의 마음을 더욱 후벼 파는 언행을 해서야 공직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종로서 경비과장을 인사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근로자를 노예로 지칭한 근로감독관을 직위해제한 데 이어 추가 징계를 논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시의적절하고 당연한 조치이다. 이와 함께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근본 원인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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