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전남 영광의 한빛원전 3호기가 16일 핵심설비 고장으로 멈춰 섰다. 지난해 10월부터 증기발생기 결함으로 장기간 정비를 받아오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지난 12일 재가동에 들어간 지 나흘만이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한빛 3호기는 재가동 뒤 출력을 높여 15일 100% 정상출력에 도달했지만 불과 20시간만에 원자로냉각재펌프(RCP:Reactor Coolant Pump) 4대 중 1대가 고장나면서 가동이 자동으로 중지됐다. 냉각재펌프는 물을 강제로 순환시켜 원자로 내 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을 증기발생기로 전달하는 장치로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설비여서 이 부분의 고장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행히 원자로는 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재가동 여부를 놓고 원전 당국과 주민 간에 이견이 있었던 데다 재가동 나흘 만에 원자로가 멈춰 섬으로써 한빛 3호기 자체의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원전 사고는 치명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무리 작더라도 예사로이 볼 사안이 아니다.
한빛 3호기는 최근 들어 여러가지 문제를 노출해 왔다. 지난해 10월 17일에는 증기발생기 세관(細管·냉각수가 흐르는 관) 균열이 발견돼 가동을 중단한 뒤 정기검사를 받아왔다. 증기발생기 내부 정밀검사에서는 금속 여과망 철선을 비롯해 최고 길이 11cm의 쇳조각과 무게 2.1g의 너트 등 이물질이 89개나 발견됐다. 이 중 51개는 제거했으나 나머지는 기술력이 부족해 그대로 둔 채 재가동에 들어갔다. 원안위는 제거 못 한 이물질이 다음 한 주기 동안은 증기발생기의 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며 재가동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주민과 환경단체는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며 재가동에 반대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한빛 3호기는 예정일을 늦춘 끝에 7개월 만에 겨우 재가동에 들어갔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13년 12월에도 터빈 발전기 고장으로 갑자기 멈춰선 적이 있다. 2012년 11월 계획예방정비 중 원자로 헤드 안내관에서 미세한 균열이 발견돼 덧씌움 용접방식으로 수리를 마치고 이듬해 6월 어렵게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6개월 만에 다시 가동이 중단된 것이다. 당시 여름철 전력 성수기를 앞두고 재가동을 결정할 때도 '짝퉁 부품' 파문으로 원전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잇단 가동 중단과 정비로 2012년 11월 계획예방정비 때부터 따지면 지난 2년여 사이에 대략 절반 가까이 서 있었다. 부실한 정비와 점검으로 실제 전력생산에 큰 보탬이 안 되면서 주민 불안만 키운 셈이다.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는 이번 냉각재펌프 고장이 제어카드에서 오신호가 발생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오신호가 부품 고장 때문이면 제어카드를 교체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부품 불량이나 또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면 재가동까지 또다시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증기발생기 이물질 문제를 확실하게 처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동을 강행했다가 이번 사태가 빚어짐에따라 주민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환경단체와 함께 검증단을 꾸려 증기발생기와 냉각재 펌프 등 핵심부품에 대한 안전점검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전 사고는 크든 작든 빈발하면 국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고 수준의 안전성이 요구되는 중요 원전부품까지 시험 성적서를 위조해 납품하다 적발된 사례까지 있었던 터라 원전 가동 중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불안감은 증폭된다. 한수원은 가동 중단된 한빛원전 3호기를 재가동하는데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정밀한 계획을 세워 안전과 관련된 부품은 모두 정비한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점검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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