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의 날' 전시성 연례행사 안 되려면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4-17 16: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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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지 35년째 되는 날이다. 이날만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없는, 마치 모두가 행복하고 동등한 날이 된 것처럼 세상이 훈훈해진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각종 시상식과 운동회, 문화행사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 장애인의 날은 원래 민간단체가 1972년부터 개최해오던 '재활의 날' 행사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1981년 법정 기념일로 정한 뒤로는 정부 주도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어찌 보면 연례적으로 여는 전시성 행사 같지만 장애인 문제 인식 전환과 장애인 복지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인정할 만하다. 장애인 인권과 복지에 무지하고 무심했던 국가와 사회 일반의 인식에 큰 변화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제도적 발전을 앞당기게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장애인의 날 행사는 해마다 열리고 곧바로 잊혀지는 수많은 기념일처럼 의례적인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사각지대에 남아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기회가 돼야 한다. 또 장애를 예방하고 장애인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차원의 해법을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궁극적으로 장애인이 보호나 동정,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존중받는 시대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전국 장애인운동단체들은 지난달 자체 행사를 열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은폐하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53.3%에 불과하고, 장애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나 된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장애인들에게 의료·치료비는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이고 교육적 차별은 높은 벽이며 실업문제는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장애인 학대와 인권침해는 날로 증가하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지만 학대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률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장애인 보건에 관한 포괄적 내용을 담은 장애보건법제정안도 2013년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진전이 없다. 장애인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행 의무고용률 기준인 공공기관 3%, 민간기업 2.7%를 지키는 곳은 장애인 의무고용사업체의 50%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에는 장애인고용촉진법과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연금법 등의 장애인 관련 법이 있다. 정보기술(IT) 강국답게 교통약자 이동 편의시설과 의료시설, 교육 인프라 등에서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가시적 진전을 이뤘다. 장애인 고용 차별을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여겨 '불구자' '맹인' '벙어리' 등으로 비하하던 세간의 인식이 확 바뀐 것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조정식 의원은 우리 법률에 아직 남아있는 장애인 비하 용어를 아예 쓸 수 없게 하는 법률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조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률용어부터 정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물론 아니지만 우선순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들이 직면한 빈곤과 실업, 폭력, 사회적 소외를 해결하는 것이 보여주기식 행정과 입법활동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장애보건법이나 장애인권리보장법과 같은 법 제정 노력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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