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정국을 강타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공개 이후 이완구 국무총리의 말 바꾸기와 부적절한 언행이 자신에 대한 신뢰 상실을 자초하고 있다. 자신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이후 수차례 이 총리의 말은 바뀌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파문이 터진 직후 개인적 친분이 없다고 해명했던 이 총리는 성 전 회장과 20개월간 23번 만났다는 보도가 나오자 "원내대표는 의원을 하루에도 여러 번 만난다"고 말을 바꿨다. 또 대선 지원유세 여부와 관련, '혈액암으로 투병 중이어서 대선에 관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가 이후 지원유세 참여 사진이 공개되자 "2∼3차례 유세장에 갔지만 투병 중이어서 지원 유세를 할 수 없었다"고 말이 달라졌다. 성 전 회장이 현금 3천만원을 전달했다는 2013년 4월 4일 당시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의 성 전 회장 독대 여부를 둘러싸고도 "정황상으로 맞지 않다"고 완강히 부인했다가 자신의 운전기사가 두 사람의 독대 가능성을 시사하는 언급을 한 사실이 보도되자 "선거라는 과정에서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알아보는 중"이라고 한 걸음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16일 국회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잦은 말 바꾸기를 지적하자 "딱딱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충청도 말투가 그런 것 같다"고 '충청도 말투'로 원인을 돌렸다. 앞서 이 총리는 "부정한 돈을 받았으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했다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고,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 만난 태안군의회 의원들에게 10여차례 전화를 걸어 성 전 회장과의 대화 내용을 추궁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 번복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10일 성 전 회장이 2006년 자신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건넸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 사실을 부인하는 언론 인터뷰에서 비서실장 재임 중 성 전 회장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16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착각을 했던 것 같다"면서 2013년 11월 6일 만찬 모임에서의 만남을 인정하기도 했다.
핵심 인사들의 이런 오락가락하는 발언과 부적절한 언행 등은 개인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 총리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여당 내에서도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는 해임건의안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출국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 총리 거취 문제와 관련해 "(남미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 총리에 대해 '시한부 총리'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총리 개인을 보나 나라 형편을 보나 참 딱한 실정인 셈이다. 그러나 이미 3천만원 수수 의혹과 관련한 진위와 관계없이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총리로서의 리더십은 사실상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상처가 났다는 점을 이 총리는 자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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