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 정부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제작한 '위안부 바로 알기' 교재와 동영상이 배포되기도 전에 표현과 역사관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몰리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일제 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게 할 만한 표현과 내용이 일부 드러난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교육부가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위안부 관련 문제를 제대로 알리고자 교재와 교육자료를 제작 배포한다고 발표한 게 엊그제 일이다. 여가부와 교육부는 현재의 초·중·고교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 관련 서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해하기 쉽고 내용과 분량도 보강한 교재와 교육자료를 제작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교육부 감수가 이미 끝났고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 특별위원회의 감수를 거쳐 이달 중순께 교육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수요집회와 위안부 피해 내용을 담은 CD를 교사용으로 제작 배포한 적은 있지만 학생용 교재와 교육자료를 정부 차원에서 제작 배포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까지 달았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역사 왜곡 도발을 전방위로 펼치는 마당에 학생들에게 위안부 참상을 적극적으로 가르치겠다는 정부 노력은 한참 늦긴 했지만 다행스럽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교재와 동영상 내용이 조금씩 공개되면서 기대감은 바로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한선교 의원은 여가부로부터 위안부 교재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학교 수업용 교재로 쓰이기에는 문제가 많다고 14일 지적했다. 교육용 동영상 자료의 일부 내용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동영상 자료에는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고 고향으로 돌아온 소녀에게 주민들이 "3년 동안 일본군에게 몸 팔다 왔대요"라고 수군거리는 장면이 나온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자칫 부정적 인식을 하게 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한 의원의 지적대로 어떤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고 만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생용 워크북에는 '성병 감염, 인공 유산, 불임 수술' 등과 같은 초등학생들로선 이해가 어려운 용어도 나타난다. 학생의 나이와 이해 수준 등을 세심하게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초·중학생용 교재에 일본군이 위안소를 만든 이유를 기술한 것도 황당하기만 하다. 교재에는 점령지 여성에 대한 성폭행 방지, 성병으로 인한 병사들의 전투력 소모 방지 등을 명목으로 내세워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시행함'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일본이 위안부 동원의 이유라고 내건 논리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처럼 비친다. 최근 위안부 관련 교재 집필진이 초교 5학년생 1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군 위안부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한 학생이 48.7%나 됐다고 한다. '잘 안다'는 응답은 19.1%에 그쳤다. 학생들에게 정확한 역사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자명해진다.
정부가 제작한 위안부 관련 교재는 정식 교과서가 아니고 교사가 자율적으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참고 교육자료다. 학생들을 위한 워크북 외에 파워포인트, 동영상 등 교사용 자료까지 종류도 다양해졌다. 초등학교 5~6학년, 중학교, 고교용으로 구분된 교재의 분량도 40쪽 내외로 현재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서술이 0.5~2쪽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대폭 늘어났다. 교육부는 초등학생에게 위안부 피해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설명해야 할지, 어떤 용어를 써야 할지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여가부는 아직 감수가 끝나지 않은 단계이며 현장에 배포하기 전에 문제가 없도록 보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육 현장에 최종 배포되는 교재가 또다른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도록 철저한 분석과 세심하고 교육적인 배려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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