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완종 리스트, 철저하게 진위 가려야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4-10 16: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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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타임즈]  자원외교비리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정치권에 금품을 뿌린 내용을 적은 메모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이 메모에는 정치권 유력인사의 이름과 함께 억 단위의 액수가 적혀 있다고 한다. 이 메모가 성 전 회장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는 필적 감정을 통해 확인되겠지만 수사당국은 일단 메모의 글씨가 평소 필체와 비슷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아침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에 경향신문에 전화를 걸어 메모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공개된 육성파일을 보면 성 전 회장은 허태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현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일방적이고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고 나머지 정치인들도 일제히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의 당사자들이 이처럼 격앙된 반응을 내놨고 의혹을 부인했지만 문제는 그 정도로 모든 의혹이 풀릴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거의 없을 듯하다는 데 있다.



성완종 리스트는 성 전 회장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와 언론 인터뷰 육성파일을 통해 나온 것이다.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은 2006년 9월이라는 시점을 못박으면서 김 전 실장에게 미화 10만달러를 건넸고, 2007년에는 허 전 비서실장(당시 한나라당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몇 회에 걸쳐 현금 7억원을 직접 건넸다고 주장했다. 또 시신 수습을 하면서 바지 주머니에서 찾아낸 메모에는 총 8명이 언급돼 있고 이 중 6명은 금액까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리스트에 언급된 정치인은 현 정권 핵심실세를 포함해 모두 유력 정치인이다. 가히 메가톤급 파괴력을 가진 의혹이라고 할 만하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자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수사 착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수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소시효를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메모의 주장대로 돈이 건네진 시기가 2006, 2007년이라면 불법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7년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가 불가능하고,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10년으로 공소시효를 늘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성 전 회장이 이미 고인이 된 만큼 메모와 육성파일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관련 자료가 남아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일단 이런 변수를 확정하기 위해서라도 수사는 진행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법률적 문제를 떠나 의혹이 확대 재생산돼 꼬리에 꼬리를 물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수사를 통한 사실관계 확인 작업은 진행돼야 마땅해 보인다. 고인이 남긴 메모라고 해서 무조건 신빙성을 부여해서는 안 되지만 이런 유형의 의혹은 그것이 사실이 아닐수록 명쾌하게 정리해야 한다.



차제에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성 전 회장을 포함해 지난해부터만 헤아려 봐도 모두 9명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검찰은 그때마다 수사과정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밝혔으나 강압수사 등 잘못된 수사관행이 원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 전 회장도 별건 수사, 유죄협상 등 그릇된 수사관행에 불만을 터뜨린 바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사전 영장제도의 허점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받은 피의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의견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수사 내용과 관행에 문제점이 없는지 따져보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일이 당장 시급하다는 인식을 갖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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