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국세청이 9일 공개한 고액·상습체납자들의 행태를 보면 부도덕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반사회적이다. 대다수 서민은 주·정차 위반으로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범칙금을 부과받아도 꼼짝 못하고 내는데 이들은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세금을 떼어먹고도 보란 듯이 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같은 공동체에서 사는 사람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전체 체납액에서 억대 고액체납자들의 체납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일부 부유층들의 몰염치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1억원 이상의 고액 체납자 수는 전체 체납자의 1% 미만이지만 이들의 체납액은 2009년 전체의 29.9%에서 2010년 34.8%, 2014년 44.5%로 증가 일로에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고액·상습체납자에 대한 재산추적 조사를 통해 1조4천28억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했다고 한다. 전년(1조5천638억원)보다 다소 줄어든 것은 아쉽지만 2012년(7천565억원) 이후 정부의 재산 추적 강화로 2013년 징수액이 크게 늘어났고 작년에도 이런 기조가 유지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런데 고액체납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동원했다는 방법들을 들여다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배우자 명의의 고급 주택에 거주하고, 체납과 관련이 없는 법인 명의의 외제 승용차를 타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부동산 임대법인의 대표인 A씨의 경우 서초동 고급 빌라에 대한 수색 집행 도중 집 밖으로 나가는 가사도우미의 손지갑에서 현금과 수표 수억원이 발견돼 압류됐다. 유명한 고미술품 수집·감정가인 B씨는 부인 명의로 박물관을 운영하다가 조사를 통해 박물관의 실소유주 확인돼 수십억원 상당의 도자기를 압류당했다. 세금 수백억원을 체납한 해운업체 사주 C씨는 해외 유령회사 명의로 빼돌린 대형 선박을 매각하려다 발각됐다. 수출대금을 직원 명의 계좌 등으로 수령해 조세포탈범으로 고발된 섬유수출업체 오너 D씨는 배우자 명의의 고가 아파트 2채에 대한 취득자금 조사 결과 출처가 차명계좌의 은닉자금으로 확인돼 체납액 수십억원을 토해 냈다.
정부는 고가주택 거주자 등 490명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정해 재산을 추적하고 있고 재산은닉혐의 분석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체납세금 추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3년 포상금 지급률을 5∼15%로 인상한 데 이어 지난해 포상금 한도액을 20억원으로 올린 이후 은닉재산에 대한 신고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다. 올해는 해외 은닉 재산 추적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유리지갑' 봉급생활자나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는 징수 실적이 여전히 성에 차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고액 세금 체납이 경제적이라기보다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다. 정당한 법집행을 조롱하는 듯한 고액 납세자들의 행태는 성실납세자들의 상실감을 증폭시켜 결과적으로 사회 불안을 초래할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정부가 사명감을 갖고 끈질기게 조세정의 실현에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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