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우리 사회 공직자들은 공사(公私) 구분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두 현직 정치인의 국회 판공비 유용 의혹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하는 특수활동비가 도마에 오른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입법 로비’ 사건으로 기소된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정에서 국회 상임위원장 시절 직책비를 아들 유학자금, 생활비로 썼다고 했다. 앞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불법 자금 의혹을 해명하면서 “국회 운영위원장 대책비 일부를 집에 생활비로 줬다”고 말해 공금 횡령 논란을 일으켰다.
국회의장·부의장, 상임위원장, 여야 원내대표 등에 지원되는 국회 특수활동비 규모는 매년 80억∼90억원에 이른다. 올해는 83억9800만원이 책정됐다. 상임위 활동과 의원 활동 지원비, 경조사비 등으로 재량껏 쓸 수 있는 돈이다. 그렇다고 국민 세금을 생활비, 유학비로 썼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신 의원은 직책비를 개인 용도로 써도 되느냐는 검사 질문에 “된다고 들었다”고 했다. 공공연한 관행이라는 뜻이다.
얼토당토않은 잘못된 인식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정보나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쓰이는 경비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 등 의원들이 맡는 국회 보직의 활동 경비로 지급되고 있다. 상임위원장 등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판공비인 셈이다. 그럼 판공비를 ‘가족 생계용’으로 써도 좋다는 말인가. 아니다. 공직자라면 응당 투명하게 집행하고 공사를 구분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이들은 특수활동비 중에 일부를 생활비나 자녀유학비로 썼다는 것이니 국민의 혈세를 횡령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더욱 기막힌 대목은 죄책감 없이 관행이란 듯 당연하게 여기는 이들의 도덕불감증이다.
2013년 초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특정업무경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퇴는 물론 고발까지 당했다. 국회의원 업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예산과 결산 심사를 통해 나랏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 당사자들이 조성 절차나 지출 과정을 공개하지도 않은 특수활동비를 눈먼 돈처럼 쓰고 있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문제는 특수활동비를 집행하는 국회 사무처도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수활동비에 대한 지침이 없어 어떤 보직에 어떤 용도로 얼마나 지급되는지 답할 수 없다는 답변이다. 관련 규정을 명확히 개정·신설해야 한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사용 목적이 불분명한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를 폐지하는 내용의 ‘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012년 12월 발의한 내용을 재검토, 현실에 맞게 적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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