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진화법 논란 넘어 타협정신 아쉬운 국회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5-28 20: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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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동네타임즈]국회 운영의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지 오래다. 여느 ‘직업군’에 비해 생산성이 저급한 수준인 국회의원에 대한 ‘눈총’이 따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국회선진화법’이다.

 

 

국회선진화법의 당초 제정 취지는 좋았다. 국회의장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를 통한 법안 처리를 금지하도록 한 법안이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국회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여야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마다 국회에서 몸싸움과 폭력이 발생하자 이를 추방하자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탄생했기에 ‘몸싸움 방지법’이라고도 한다.

 

 

국회선진화법은 직권 상정을 천재지변, 전시(戰時) 등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쟁점 법안 통과 기준도 의원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바꿨다. 현재 여야 의석 분포상 여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야당이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지연 등 여론의 비판에 귀 막고 있는 행태는 근본적으로 선진화법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진화법이 생긴 뒤 의정단상 내 물리적 극한 충돌은 사라졌다. '타협 정치'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긍정평가도 받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아니더라도 대화와 타협은 정치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이 법을 굳이 만든 것은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휘두르는 여당을 소수 야당이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소수 야당이 이를 구실로 마음대로 국회를 주무르려 한다면 법의 취지를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진화법 때문에 국회가 식물(植物) 상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야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관련 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연계시켜 법안을 지연시키는 것은 대표적 사례다. 어디 이뿐인가. 실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중점 법안 가운데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표류하는 게 많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 사례다.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글로벌 시장의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한국의 경쟁력은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가격과 기술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이 우리의 주력 산업을 쉼없이 잠식해 들어오는 등 후발 주자들이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자국 산업 보호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며 그들만의 울타리를 더 높이 쌓고 있다. 그런데 야당은 관련 법 처리는 뒷전이고, 여당은 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 야당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국민은 야당에 40%를 갓 넘는 의석만 주었다. 그런데도 야당은 과반의 의석을 가진 것처럼 모든 안건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야당이 지금처럼 선진화법을 정파적으로 남용·악용한다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선진화법을 활용해 야당이 예산안과 민생 법안들을 붙잡아 놓는 이런 모습에 새누리당은 "20대 국회부터 선진화법 개정을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수긍되는 바 작지 않다. 언제까지 민주주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국회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렇다. 야당도 나중에 집권했을 때 그때의 야당이 똑같이 선진화법을 악용하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겠는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따라서 선진화법은 현실성 있게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헌법재판소도 새누리당이 지난 1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데 대해 신속한 결정을 하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선진화법의 폐해를 막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화법 논란을 넘어 여야 간 배려와 타협정신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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