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어버이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웃어른을 섬기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경로효친(敬老孝親)이라는 미풍양속의 귀한 뜻을 되새기는 날이다. 그러나 가슴 아픈 내용을 접하게 됐다. 노인학대는 친족, 그 중에서도 아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실시한 노인학대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학대행위자 중 아들이 전체의 40.9%를 차지해 가장 많고, 이어 배우자(17%), 딸(15.4%) 순으로 나타나 가족 내 갈등이 학대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학대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35.7%)와 정서적 학대(36.9%)가 가장 많고, 방임(13.6%)과 경제적 학대 (10.3%)가 뒤를 이었다. 이러한 유형은 비단 서울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 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09년 2674건, 2010년 3068건, 2011년 3441건, 2012년 3424건, 2013년 3520건, 2014년 3570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우리 사회에서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노인학대’가 버젓이, 그것도 아들과 배우자, 딸 등 가족에 의해 벌어지고 있으니 충격적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노인학대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줄어들기는커녕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부끄러운 일이다. 문제는 실제로 노인학대가 신고 집계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학대 경험 시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복지부 설문조사에서 40.7%만 경찰 등에 신고하겠다고 답했을 뿐 나머지는 참거나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응답한 게 뒷받침한다.
심각한 현상은 최근엔 경제적 학대가 노인을 더욱 지치고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따로 사는 자식이 때만 되면 나타나 노령연금 등 생계비를 몽땅 가져가거나, 부모를 모시겠다고 속여 집을 팔게 한 뒤 나 몰라라 해 늙은 부모가 길거리로 나앉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인학대 문제 해결이 어려운 것은 피해자들이 가정 문제로 여기고 숨기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과 노인단체들이 우선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노인학대를 아동학대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노인복지를 위한 충분한 재정적, 제도적 정책 마련을 하는 것이 시급하다.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노인 인권을 위한 노인 학대 방지법’을 하루속히 정부가 제정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런 것은 대한의사협회 소속 ‘국민건강보호위원회’가 이 법안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간이 흐르면 인간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이 사실을 인지할 경우 노인 학대 문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 형성과 관련 법안 제정에 작은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노인의 경륜과 지혜가 존중되고, 어린이가 미래 꿈을 꾸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선진문화국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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