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국토가 황폐화되고 있다. 올 들어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중부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가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식수원인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역대 최저 수위에 근접하면서 식수원 고갈까지 우려된다. 올 들어 서울 경기 강원 등 중부지방의 누적 강수량은 최근 30년 평년치의 50% 정도로 전국 단위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적었다. 이달 말까지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수도권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게 한국수자원공사의 설명이다.
당장 심각한 건 농업용수 부족이다. 국내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의 저수율이 27%정도로 댐 수위가 지난 78년 이후 가장 낮은 153.5m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 라면 이달 말쯤 150m 아래로 떨어져 발전마저 중단해야할 상황이다. 남한강 수계의 충주댐도 115.25m로 사상 최저 수위인 112.3m에 근접해 방류 중단 위기에 놓였다. 심지어 산불 진화 헬기가 물을 보충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는 심각한 농작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여름채소 주산지인 평창을 비롯해 정선, 삼척, 태백지역 고랭지에서는 밭작물을 파종조차 못한 면적이 30%에 달한다. 생활용수도 곳곳에서 비상이다. 상수도는 물론 지하수마저 말라 비상 급수차로 해결하고 군부대까지 동원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수력발전에 활용되는 한강수계 발전 댐을 방류해 소양강댐을 비롯해 충주 등 다목적 댐의 용수를 절약하는 비상수단을 강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번 가뭄이 올해로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의 시작이 늦어져 7월에나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수량도 작년보다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여름 강수량이 적을 경우, 내년 봄까지 가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가뭄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국제사회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연간 이용 가능한 수자원량이 1453㎥로, 세계 153개국 중 129위다. 7~8월에 연간 강수량의 70%가 집중되는 것도 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주요 요인이다. 여름에 장마와 집중호우로 물이 넘쳐나지만, 이를 가둬놓을 댐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수자원량이 부족하다 보니 한국의 하천 취수율(하천물을 각종 용도로 활용하는 비율)은 36%에 달한다. 가뭄으로 하천이 마를 경우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2025년엔 4대강 지천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66개 시·군에서 하루 평균 382만㎥의 수돗물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산정하면 13억9000만㎥의 물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소양강댐과 비슷한 규모의 댐을 최소한 한 개 이상 추가로 지어야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소양강댐처럼 대규모 댐을 지을 수 있는 입지도 없는 데다 환경파괴 논란으로 사회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어 쉽지 않은 방법이다. 차선책을 찾아야 한다. 하천별로 소규모 보 등 물을 저장해 놓을 수 있는 다목적 저류지 조성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천(支川)별 소규모 댐을 짓는 일이다.
당국은 지천별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소규모 다목적 저류지 등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예산 배정 등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심각한 가뭄 사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농산물값 폭등 등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시기를 놓치면 서민 고통만 커진다. 정치권과 정부는 하루빨리 실효성 있는 가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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