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국회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입법이다. 우리 헌법 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회는 국민의 생활에 필요한 법을 만들거나 필요한 내용을 고칠 수 있는 권한과 의무를 지고 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19대 국회 출범 이후 3년 동안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수가 ‘제로’(0)인 국회의원이 무려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발의·처리 법안 건수가 고작 1건인 의원도 20명에 달했다. 충격적 실상이다.
의원 본연의 임무가 입법 활동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법률소비자연맹 등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 5월 30일 이후 접수된 법안은 모두 1만 4924건이다. 휴일 포함 하루 평균 13.4건이 접수된 셈이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 4년 동안 접수된 전체 법안 1만 3913건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헌정 사상 최고치다. 역대 국회 법안 발의 건수는 17대 7489건, 16대 2507건, 15대 1951건, 14대 902건 등이었다.
19대 국회 3년 동안 발의·처리 법안이 가장 많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으로 70건이다. 이어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 58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53건,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과 새정치연합 주승용 의원 각 48건 등의 순이었다. 반면 지난 3년간의 임기를 채운 여야 의원 257명 가운데 ‘입법 제로’ 의원은 14명이다. 한심한 일이다. 국회의원의 본령을 망각한 행태이다.
문제는 의원입법의 질적 수준이다. 여야 의원들이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법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입법 활동을 활발히 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처리 법안은 전체의 33.2%인 4960건으로 저조한 실정이다. 여야 의원들이 법안 발의는 ‘묻지마’ 식으로 하고 정작 논의는 ‘모르쇠’ 식으로 일관하는 셈이다.
의원 입법안의 가결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법안 제출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역구 주민이나 상임위 관련 기관·단체 등의 이해를 반영한 ’민원 입법’, 정부의 재정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선심 입법’, 여야의 정치 쟁점에 앞다퉈 개정안을 내놓는 ‘전시 입법’,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엇비슷한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하는 ‘숟가락 얹기 입법’ 등의 관행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안 반영을 이유로 폐기되는 법안도 문제로 꼽힌다. ‘대안 반영 폐기’는 법안의 취지는 같으나 내용이 다를 경우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뒤 나머지 법안들은 폐기하되 처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실제 19대 국회 처리 법안 4951건 중 대안 반영 폐기 법안이 전체의 56.1%인 2777건에 이른다.
19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내세웠지만 ‘무능한 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냈을 뿐 정작 처리는 뒷전인 게 뒷받침하고 있다.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 이유이다.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적 쟁투(爭鬪)에 몰두한 나머지 경제활성화법안 등 민생법안조차도 외면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개인영달을 위해 그 많은 특권과 보수, 보좌 인력을 제공받는 게 아님을 스스로 새기길 바란다. 국민들은 국회의 무능과 의원들의 구태에 대해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에 부정적인 비판 여론의 핵심은 정치권이 결국 자기 이해에만 매몰된 채 국회의 존재가치인 입법기능을 비롯한 '사회의 공기(公器)'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의원들의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달려 허송세월하는 사이 우리 경제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고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주요 민생법안을 공무원연금 등 정치적 이슈와 연계해 볼모로 잡고 있어 국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4·29 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직시하고 협상은 협상대로 하되 민생법안 통과는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5월 국회에서도 수권 정당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보여 주지 못하는 한 지지자들마저도 등을 돌리는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4·29 재보선 참패 직후 ‘뼈를 깎는 자성’과 과감한 변화를 약속했지만 여전히 고질적인 계파 갈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국민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서 보듯 여당의 국정 난맥에도 비판적이지만 야당의 정치 행태에도 염증을 느끼고 있다. 여당의 실패와 오류를 정쟁의 꼬투리로 삼을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고, 정쟁보다는 정책 대안을 통해 국정에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 국회의 본 기능은 입법에 있다. 민생법안조차도 외면하는 국회의원들을 위해 그 많은 특권과 보수, 보좌 인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님을 스스로 새겨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 14명 3년간 입법 한건도 없었다
19대 국회 출범 이후 3년 동안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수가 ‘제로’(0)인 국회의원이 무려 14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발의·처리 법안 건수가 고작 1건인 의원도 20명에 달했다. 의원 본연의 임무가 입법 활동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직무유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2일 서울신문이 법률소비자연맹과 공동으로 19대 국회 발의·처리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은 지난 3년간 발의·처리 법안이 전무했다. 김용남, 김제식, 나경원, 박맹우, 양창영, 이종배, 정두언, 정미경, 정용기, 홍철호(이상 새누리당), 권은희, 이개호(이상 새정치연합) 의원 등 12명도 입법 실적이 한 건도 없었다. 다만 정두언 의원은 2013년에 1년 가까이 구속됐다 재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났고 나 의원을 비롯한 11명은 지난해 재·보궐 선거 등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에 들어온 24명의 의원 중 나머지 13명은 입법 실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김동완, 김태호, 문대성, 이재오, 정병국(이상 새누리당), 김한길, 박지원, 배재정, 유인태, 이석현, 홍익표(이상 새정치연합) 의원 등 11명은 3년 동안 입법 실적이 1건에 그쳤다. 이 가운데 3선 이상 중진 의원이 절반을 넘는다. 재·보선을 통해 회기 중간에 들어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여야 의원 9명도 입법 실적이 1건이었다.
반면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 건수는 이날 현재 모두 1만 4924건이다. 역대 최고치였던 18대 국회 발의 건수(1만 3913건)를 불과 3년 만에 넘어섰다. 정작 처리 법안은 전체의 33.2%인 4960건으로 저조한 실정이다. 여야 의원들이 법안 발의는 ‘묻지마’ 식으로 하고 정작 논의는 ‘모르쇠’ 식으로 일관하는 셈이다.
19대 국회는 ‘일하는 국회’를 내세웠지만 ‘무능한 국회’라는 오명만 썼다. 여야 의원들은 법안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냈을 뿐 정작 처리는 뒷전이었다.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의원 7명 중 1명, 입법 실적 2건 이하
22일 서울신문과 법률소비자연맹이 공동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출범한 2012년 5월 30일 이후 이날까지 접수된 법안은 모두 1만 4924건이다. 휴일 포함 하루 평균 13.4건이 접수된 셈이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 4년 동안 접수된 전체 법안 1만 3913건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헌정 사상 최고치다. 역대 국회 법안 발의 건수는 17대 7489건, 16대 2507건, 15대 1951건, 14대 902건 등이었다.
여야 의원들이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한 법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입법 활동을 활발히 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19대 국회 3년 동안 발의·처리 법안이 가장 많은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김우남 의원으로 70건이다. 이어 새정치연합 강창일 의원 58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53건,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과 새정치연합 주승용 의원 각 48건 등의 순이었다.
반면 지난 3년간의 임기를 채운 여야 의원 257명 가운데 ‘입법 제로’ 의원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황진하 의원 등 2명이다. 입법 건수가 1건에 불과한 의원도 이재오, 정병국(이상 새누리당), 김한길, 박지원, 유인태, 이석현(이상 새정치연합) 의원 등 3선 이상 6명을 포함해 총 11명이다. 입법 건수 2건에 그친 의원은 박덕흠, 신동우, 장윤석, 주호영, 홍일표, 이인제(이상 새누리당), 김태년, 문병호, 신기남, 우원식, 정세균(이상 새정치연합), 심상정 의원(정의당) 등 12명이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회기 중간에 들어온 의원(실적 0건 12명, 1건 9명)까지 포함할 경우 입법 실적이 2건 이하인 의원은 총 46명으로 집계됐다.
●“처리 법안 중 폐기 법안 절반 이상”
19대 국회 발의 법안 중 88.5%인 1만 3215건은 정부가 아닌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원안 가결(285건) 또는 수정 가결(550건)돼 지금까지 빛을 본 법안은 6.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미처리 상태(9583건)로 남아 있거나 대안 반영 등을 이유로 폐기(2641건) 또는 철회(155건)됐다.
의원 입법안의 가결률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유는 법안 제출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지역구 주민이나 상임위 관련 기관·단체 등의 이해를 반영한 ’민원 입법’, 정부의 재정 여건을 감안하지 않은 ‘선심 입법’, 여야의 정치 쟁점에 앞다퉈 개정안을 내놓는 ‘전시 입법’,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엇비슷한 법안을 무더기로 제출하는 ‘숟가락 얹기 입법’ 등의 관행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안 반영을 이유로 폐기되는 법안도 문제로 꼽힌다. ‘대안 반영 폐기’는 법안의 취지는 같으나 내용이 다를 경우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뒤 나머지 법안들은 폐기하되 처리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실제 19대 국회 처리 법안 4951건 중 대안 반영 폐기 법안이 전체의 56.1%인 2777건에 이른다.
홍금애 법률소비자연맹 기획실장은 “처리 법안 가운데 폐기 법안이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과잉 발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대안 반영 폐기 법안의 상당수는 내용이 다른 ‘상임위원회 대안’이 통과되더라도 처리 법안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의원 가운데는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반대표 또는 기권표를 행사하거나 아예 표결에서 빠진 의원도 적지 않다. 19대 국회 1년차(2012년 6월~2013년 5월)에 자신이 대표 법안을 발의하고도 정작 표결에는 불참한 의원이 권성동, 유재중, 윤상현, 이윤석, 이한구, 한기호(이상 새누리당), 강기정, 노웅래, 변재일, 신계륜, 이상직(이상 새정치연합) 의원 등 11명이나 됐다. 3년차(2014년 6월~2015년 5월)에도 자신의 발의 법안에 기권한 의원이 김재원, 김정록, 윤영석, 조원진(이상 새누리당), 강창일, 김관영, 김영록, 김윤덕, 백재현, 이미경(이상 새정치연합) 등 10명이다.
법안 낸 의원들 불참 11명·기권 10명
해당 의원들은 “수정안에 찬성했다”, “본회의에 출석했지만 잠시 자리를 뜬 상태에서 법안이 가결됐다”, “표결 시 버튼 누르는 시기를 놓쳤다” 등으로 해명하고 있지만 궁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19대 국회 들어 ‘법안 발의’라는 양적인 면에서는 팽창했으나 ‘법안 처리’라는 질적인 면에서는 저조한 실정이다. 의원 입법과 정부 입법을 합쳐 원안 또는 수정안이 가결된 비율이 전체의 12.8%(1912건)에 그치고 있다. 발의 법안 대비 가결 법안 비율은 14대 72.7%, 15대 57.4%, 16대 37.8%, 17대 25.5%, 18대 16.9% 등으로 하락 추세다.
이처럼 법안 처리가 저조한 이유는 여야가 정치 현안을 두고 극한 대치를 반복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이완구 국무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공방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수정 논란, 4월 임시국회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에 각각 매몰돼 사실상 ‘빈손 국회’로 마무리됐다. 앞서 세월호 참사 이후인 지난해 5월 2일부터 9월 29일까지 150일 동안 여야 대치로 국회 본회의에서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국회, 무능·구태정치에 등돌리는 민심 직시해야
이해·갈등 조정자로서의 국회 기능에 대한 일반 국민의 회의적인 시각이 자칫 정치 무용론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한국갤럽이 22일 밝힌 여론조사 결과 우리 국민 10명 중 9명(88%)가량이 국회의 역할 수행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표본오차를 간신히 넘어서는 5%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응답은 갤럽의 2013년 5월 조사에서 기록한 10% 이후 최저 기록이다. 4월 임시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 법안과 경제·민생 법안 처리가 잇따라 무산되는 등 국회의 무능과 구태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적 반응을 숫자로 확인해준 결과다.
국회에 부정적인 비판 여론의 핵심은 정치권이 결국 자기 이해에만 매몰된 채 국회의 존재가치인 '사회의 공기(公器)'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불신의 이유로 '여야 합의 안 됨, 싸우기만 한다, 소통 안 함(21%)'을 가장 많이 지적했으며 '당리·파벌 정치(11%)' '이익·비리 문제(11%)' '국민 생각 않고 여론 무시(9%)' 등을 다음으로 꼽은 것만 봐도 그렇다. 이번 조사기간이 19일부터 21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공무원연금과 관련한 국회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이 여야 정치권의 '집단이기주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다.
문제의 심각성은 우리 국민이 국회와 정치권에 느끼는 실망감과 혐오가 구조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국회가 입법활동에 철저히 무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지적돼온 수많은 법안은 정파 이익에 농락당하기 일쑤이고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노동 개혁 모두 노골적인 이익집단 편들기 양상을 보였을 뿐이다.
정치권은 매번 스스로 책임져야 할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자기 혁신'의 간판을 내세우고 국면이 바뀌기만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그 같은 기회주의적 행태의 반복은 더 이상 국민을 호도할 수 없음이 명백해졌다. 정치권의 철저한 자기반성과 행동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다음 선거에서 정치권을 준엄하게 심판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국회가 국민에게 완전히 외면받는 '몰락'의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야 정치인들의 철저한 맹성(猛省)을 촉구한다.
국회 운영의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지 오래다. 여느 ‘직업군’에 비해 생산성이 저급한 수준인 국회의원에 대한 ‘눈총’이 따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국회선진화법’이다.
국회선진화법의 당초 제정 취지는 좋았다. 국회의장 직권 상정과 다수당의 날치기를 통한 법안 처리를 금지하도록 한 법안이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국회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여야의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마다 국회에서 몸싸움과 폭력이 발생하자 이를 추방하자는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탄생했기에 ‘몸싸움 방지법’이라고도 한다.
국회선진화법은 직권 상정을 천재지변, 전시(戰時) 등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쟁점 법안 통과 기준도 의원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바꿨다. 현재 여야 의석 분포상 여당은 야당이 반대하는 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야당이 경제활성화법안 처리 지연 등 여론의 비판에 귀 막고 있는 행태는 근본적으로 선진화법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선진화법이 생긴 뒤 의정단상 내 물리적 극한 충돌은 사라졌다. '타협 정치'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긍정평가도 받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이 아니더라도 대화와 타협은 정치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이 법을 굳이 만든 것은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휘두르는 여당을 소수 야당이 합리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소수 야당이 이를 구실로 마음대로 국회를 주무르려 한다면 법의 취지를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진화법 때문에 국회가 식물(植物) 상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 배경이다. 야당이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관련 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연계시켜 법안을 지연시키는 것은 대표적 사례다. 어디 이뿐인가. 실제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중점 법안 가운데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표류하는 게 많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 사례다.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글로벌 시장의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한국의 경쟁력은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가격과 기술 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이 우리의 주력 산업을 쉼없이 잠식해 들어오는 등 후발 주자들이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자국 산업 보호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며 그들만의 울타리를 더 높이 쌓고 있다. 그런데 야당은 관련 법 처리는 뒷전이고, 여당은 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 야당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 국민은 야당에 40%를 갓 넘는 의석만 주었다. 그런데도 야당은 과반의 의석을 가진 것처럼 모든 안건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야당이 지금처럼 선진화법을 정파적으로 남용·악용한다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선진화법을 활용해 야당이 예산안과 민생 법안들을 붙잡아 놓는 이런 모습에 새누리당은 "20대 국회부터 선진화법 개정을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수긍되는 바 작지 않다. 언제까지 민주주의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국회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렇다. 야당도 나중에 집권했을 때 그때의 야당이 똑같이 선진화법을 악용하면 국정을 어떻게 운영하겠는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따라서 선진화법은 현실성 있게 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헌법재판소도 새누리당이 지난 1월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데 대해 신속한 결정을 하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선진화법의 폐해를 막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단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화법 논란을 넘어 여야 간 배려와 타협정신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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