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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위키피디아> |
독일 바이에른 비텔스바흐 가문의 비운의 주인공들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방을 600여년이나 통치한 비텔스바흐 가문에는 유독 비극적인 운명의 주인공들이 많았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이는 바로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시시 황후일 것이다.
시시는 평소 프란츠 요제프 황제와의 결혼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16세의 나이에 결혼하여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서약을 하고, 평생을 의무감 속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표현했다고 하고, 고모이자 시어머니인 소피 대공비와의 불화까지 겹쳤으니 그녀의 결혼생활이 어땠는지 대략 짐작할 만 하다.
그녀는 아들인 황태자 루돌프가 자살로 짧은 생애를 마친 이후에는 그리스의 코르푸 섬에 신화 속 영웅 아킬레우스를 테마로 한 아름다운 궁전을 지어 여름별궁으로 삼아 지내게 된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 여신과 비슷한 운명을 가졌다고 생각했던 것일까(테티스 역시 그 미모 때문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되고, 아들 아킬레우스를 전장에서 잃게된다).
독일 여행객이라면 누구라도 루드비히 2세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동화왕’ 또는 ‘건축왕’이라고도 불리우는 루드비히 2세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뿐만 아니라 린더호프 성과 아름다운 호수위의 작은 섬에 헤렌킴제를 건설하여 베르사유를 재현하려고 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간 그 역시 말년에는 강제로 퇴위 당하고 호숫가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것으로 발견되는데, 후세에 이렇게 아름다운 성을 남겨둔 그를 두고서 차마 ‘크레이지 킹’이라고 호칭하는 결례를 범하지는 말도록 하자.
그리고 루드비히 2세의 할아버지인 루드비히 1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평생 아름다운 궁전과 성곽을 축조하여 건축왕이라 불렸던 손자 루드비히 2세와 달리, 할아버지 루드비히가 평생 탐닉했던 것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뮌헨에는 올드타운 중심부에 역대 비텔스바흐 가문의 주거지 겸 직무실로 사용되던 레지덴츠 궁전이 위치하고 있는데, 레지덴츠 궁전과는 별도로 뮌헨 외곽 서쪽에 그보다 훨씬 아름다운 ‘님프의 성’, 님펜부르크 궁전을 발견할 수 있다. 루드비히 1세는 이 님펜부르크 궁전에 유럽의 당대 최고 미녀 36명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재현한 미인화 갤러리(Beauty Gallery)를 꾸며놓게 된다.
루드비히 1세는 말년에 롤라 몬테즈와의 치명적인 사랑을 계기로 시민들에 의해 쓸쓸히 퇴위당하고, 롤라 몬테즈를 다시 만나지 못한 채 머나먼 타국에서 한 많은 생을 마감하였으니, 그 역시 비운의 주인공들 계보에 들기에 충분할 것이다.
비텔스바흐 가문의 후손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바이에른의 마지막 국왕 루드비히 3세의 증손자 루이트폴트 왕자. 바이에른 왕국은 없어졌지만 그는 현재 가문의 이름 ‘루드비히’를 딴 바이센 비어 회사의 CEO이고, 약 35년 전부터 매년 여름이면 뮌헨 부근 칼텐베르크 성에서 세계 최대의 중세기사 마상창술 토너먼트 대회(Kaltenberg Titterturnier)를 개최하고 있는데, 가디언(the guardian)지는 이 대회를 두고서 “마치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스크린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하다”고 표현한바 있다.
온 마을이 중세시대 축제의 열기로 가득 찬 칼텐베르크 토너먼트
상대방을 말에서 떨어뜨릴 때까지 격돌하는 마초들의 원초적인 하드코어 토너먼트
영국 피터버러의 헤리티지 페스티벌에서 이미 기사들의 토너먼트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기사들이 번쩍이는 중갑옷으로 완전무장하고 입장하였는데, 이번 칼텐베르크 토너먼트에서는 기사들이 모두 경갑옷에 화려한 망토만 걸친 이유가 궁금하지 아니한가?
기사들이 실제 격돌하는 모습을 보니 그 의문이 단숨에 풀렸다. 즉 피터버러 토너먼트에서는 영국 신사들답게 기사들이 창을 상대 방패에 정확히 맞추면 포인트를 얻는 승점제 승부이고 절대 기사들이 말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칼텐베르크 토너먼트에서는 포인트 따윈 없이 무조건 상대 기사를 말에서 사정없이 떨어뜨려야 승부가 갈리는 원초적으로 마초적이고 하드코어한 방식인 것이다.
아무래도 중갑옷을 입고 말에서 떨어지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 공중에서 도는 묘기를 부릴 수도 없을 것이다. 이 기사들은 말에서 떨어지면서 공중 회전하기의 묘기를 보여주기 위해 고난이도의 훈련을 거듭하였을 것이다.
영국의 피터버러 토너먼트 대회 참전한 방랑기사들 중에서 여기사를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그 여기사가 이곳 칼텐베르크 토너먼트에서는 가공할 무공을 숨긴 식당 여주인으로 등장하여 여왕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사진처럼 말위에서 물구나무서서 달리기는 예사이고, 여러 방향으로 360도 회전하는 묘기를 보여준다. 계속되는 화려하고 위험한 승마술에 관중들의 흥분이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승마묘기 중에 낙마하여 부상을 입는 기사도 발생하고, 이것은 실제 상황인 듯 낙마한 저 기사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드디어 농민기사들의 화려한 훈련이 끝나고, 검은 군대의 기사들과 농민기사들의 왕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토너먼트가 열린다. 농민기사들은 과연 검은 군주의 기사들을 제압하고 여왕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칼텐베르크 토너먼트의 2016년 공식 트레일러
이렇듯 바이에른의 비텔스바흐 왕실은 사라졌지만 그 가문의 후손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여전히 장엄한 지상최대의 엔터테인먼트를 연출하고 가문의 이름을 딴 맥주를 즐기면서‘유쾌한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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