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투어-공주③끝] 세계적 팝아티스트 김동유 작가와 동생 김동진 작가의 아틀리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31 18: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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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유 "모나리자에서 발견한 크랙 보고 영감…해외 아트페어 주력"

김동진 "이미정갤러리 개관전 통해 용기얻어…작품 활동 계속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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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포커스뉴스) 충남 공주의 한 시골마을. 구불구불 시골길을 20여분 달려 하얀색 2층 건물 앞에 도착했다.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김동유 작가와 그의 동생 김동진 작가의 아틀리에다.


두 형제는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공주 토박이 작가'들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점찍어 준 터에 작업실을 지어 함께 사용하고 있다. 1층은 김동유 작가, 2층은 김동진 작가의 작업실이다 .

김동유 작가는 세포처럼 작은 이미지들로 전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픽셀 모자이크 회화'로 유명하다.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2006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3억2000만원에 낙찰되며 국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생존 국내 작가로는 해외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층 김동유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모마리아가 예수를 안고 있는 장면이다. 김동유 작가가 2011년부터 작업해 온 일명 '크랙' 시리즈 중 하나다. 김 작가는 오래된 명화의 균열을 캔버스에 직접 그리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오래된 회화에서 나타나는 표면의 박락현상, 즉 균열 '이미지'를 그려놓은 것이다.

"오래된 유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오래 되서 갈라진 '크랙'이 있습니다. 모나리자 같은 경우 굉장히 또렷하게 보입니다. 모나리자의 크랙 같은 경우 원래 의도하지 않은 건데 몇 백 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거죠. 지금은 모나리자 그림에 있어서 크랙이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크랙이 없다고 생각하면 이상하죠."


크랙 시리즈는 모나리자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작업이다. 하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어린 시절의 김동유와 맞닿아 있다.

"5~6살 때 쯤이었나. 깨진 기왓장이나 접시 같은걸 수집했습니다. 그때는 별 의미없이 단순히 수집하는 거였죠. 왜 크랙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과 연관이 지어졌습니다. 깨진 기왓장이나 접시는 골동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기 힘든 물건이었고 너무 흔히 있었던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던거죠."

김 작가의 시선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보다 본질의 '주변'을 향해 있다. 이전에 인물 얼굴로 작업했던 작품도 같은 맥락이다.

"어떻게 보면 시선이 빗나갔다고 해야 하나. 보통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말고 주변에 있거나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건데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요약을 하자면 본질적인 현상이나 물체의 주변에 있는데 본질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관심 받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관심이죠."

김동유 작가는 작품 이미지로 제작한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작품들에 대해 설명했다. 김 작가의 작품 곳곳에서 나비를 발견할 수 있다. 그에게 나비는 하나의 도구다.

"나비 하면 정지되어 있다는 느낌보다는 금방 확 날아갈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웬만한 사람은 절대 못 잡죠. 세잔이 사과를 그려서 세잔이 추구하는 걸 나타냈듯이 저도 나비를 하나의 도구로 생각합니다. 그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뜻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 이미지를 통해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말하는거죠."

김동유 작가는 올해 국내 보다 해외에서 분주하게 움직일 예정이다. 현재 뉴욕에서 전시가 진행 중이며 홍콩, 파리 등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에 참가한다.

"국내 전시도 중요한 게 있는데 올해는 해외 아트페어에 많이 참여합니다. 가볍게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5~6월에는 싱가포르에 있을 예정입니다."


2층에 올라가니 김동진 작가의 손길이 닿은 작품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얼마 전 공주 감영길에 개관한 이미정갤러리 전시를 준비하면서 바쁘게 보낸 흔적들이 느껴졌다.

김동진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2008~2014년 작품들이다. 김 작가는 2008년 '애니글리프(anyglyph)'를 과감하게 회화에 도입했다. 애니글리프란 적청 사진을 의미하는 것으로 빨간색과 파란색 사진 2장을 병치하면서 중심 테마를 4차원적으로 이끌어내는 기법이다.

"왼쪽에 빨간색, 오른쪽에 파란색 셀룰로이드 판을 붙여 만든 적청안경을 쓰고 보면 입체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지금의 디지털 입체영상 기법과는 좀 다른데 3D입체화면의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일단 빨간색과 파란색 셀룰로이드 판을 붙여 만든 안경을 쓰고 컴퓨터 작업한다. CMYK(파랑(Cyan)·자주(Magenta)·노랑(Yellow)·검정(Black)의 약자) 색 분리작업을 한 뒤 캔버스 위에 옮겨 재현한다. 붉은 색으로 먼저 그린 뒤 청색으로 겹치고 검은색으로 윤곽을 잡아준다. 하지만 빛으로 느껴지는 색을 안료로 똑같이 구현하는 일은 김 작가의 맘처럼 되지 않았다. 실망과 함께 희망이 동시에 찾아왔다.

"작업을 해보니 빛의 색과 안료의 색이 틀리더라고요. 빛으로 느껴지는 색을 그림으로 옮겨 아무리 비슷하게 한다고 해도 입체감이 잘 안살아났습니다. 이건 안되는거구나 실망하고 안경을 집어던졌죠. 그런데 그 자체를 미학적으로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작업한 작품들을 2003년과 2009년에 발표했었습니다."


김동진 작가는 "이제는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법적인 방법에 변화를 주려고 시도하고 있는 중"이라며 "변화의 중간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은 두 형제가 닮아있다. 김동진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반대되는 소재를 선택해 반어적으로 드러낸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환경 때문인지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 있습니다. 하로시마 원자폭탄 같은 경우는 임팩트 있는 소재를 사용해 평화를 반어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김동진 작가는 사실 이미정갤러리 개관전 왕촌사람들에 참여하기 전까지 한동안 그림 작업을 놓았었다. 이전에 받았던 상처가 그를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6년 동안 개인전을 3번 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피드백이 없었습니다. 2012년 1월 인사동 고도갤러리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매만 맞고 왔습니다. 날씨는 춥고 사람들은 안오고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그때 많이 지쳤습니다. 결혼했으니 돈은 벌어야겠고 벽화 그리러 다니고 강의하면서 지냈습니다."

김동진 작가는 오랜만에 전시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용기'도 충전했다.

"이미정갤러리 전시가 지금 저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출생지인 공주에서 전시한다는 것도 의미 있고요. 다시 용기도 얻었습니다. 관장님께서 마지막 희망을 잡아주신 것 같아요. 고무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공주=포커스뉴스) 충남 공주에 있는 김동유·김동진 작가의 작업실 1층에 김동유 작가의 작품이 세워져 있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공주=포커스뉴스) 김동유 작가가 충남 공주에 있는 작업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대전=포커스뉴스) 김동진 작가가 대전 중구 홀스톤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공주=포커스뉴스) 김동진·류동현·이만우 작가의 3인전 '왕촌사람들'전이 열리고 있는 이미정갤러리에 김동진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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