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진정한 남자들의 향연, 중세 기사 토너먼트(上)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16 14: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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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세 기사들의 창술 시합, '토너먼트(Knight Tournament)'

(서울=포커스뉴스) 영국의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면, 은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창술 시합에서 격돌하고, 승리한 기사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그 날 대회장의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 바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세 기사들의 토너먼트(Knight Tournament)인 것이다. 이러한 토너먼트 대회의 시합은 주로 Melee(혼전)와 Jousting(마상창술시합)으로 나뉜다.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Jousting인데, 실은 초창기의 토너먼트는 Melee 방식의 시합이었고 Jousting이 토너먼트의 메인을 차지하게 된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다.


최초의 토너먼트는 카롤링거 왕조에서 밀리터리 게임으로 시작된 것으로 모든 전투원들이 참여하여 다중이 서로 추격하고 회피하는 Melee(혼전) 방식이었다고 한다. 즉 기마병인 참가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서 상대방 팀원을 넘어뜨리거나 전열을 부수는 방식으로 상대팀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러한 전투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은 아군의 전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상대팀 진형의 뒤편으로 돌아서 공격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Melee(혼전)는 이처럼 기사들이 두 편으로 팀을 나누어서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니면 모든 기사들이 모든 기사들을 상대로 하여(fighting as a free-for-all) 최후의 승리자가 가려질 때까지 싸우는 경우도 있었다. 오늘날 미국 프로레슬링의 로열 럼블 경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물론 기사들이 마상에서 전투를 벌이는 방식도 있었고, 그라운드에서 전투하는 방식의 경기도 개최되곤 하였다.



이러한 Melee(혼전) 시합에서 참가자들이 상대편 기사를 잡게 되면 몸값(ransom)을 요구할 수 있었고 이것은 무예가 뛰어난 기사들에게는 상당한 이익이 남는 비즈니스였다고 한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A Game of Throne)의 원작인 얼음과 불의 노래(A Song of Ice and Fire)의 작가 조지 R.R. 마틴은 이러한 토너먼트 방식에 대하여 “시합에서 승리한 기사는 패배한 기사의 갑옷을 저당 잡게 되고, 패배한 기사는 갑옷을 되찾아오기 위해서 몸값(RANSOM)을 지불해야 한다.”고 서술한 바 있다.

최초의 Jousting(마상창술시합)은 1066년에 개최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이때만 해도 Jousting에 참가한 기사들은 곧바로 Melee(혼전)에 참가하여 상대 기사들의 몸값을 휩쓸어가기 위해 혼전을 거듭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Jousting(마상창술시합)은 1220년대에 이르러 드디어 토너먼트의 일부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합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였고, 당시 저술가는 “고귀한 기사들은 토너먼트보다 Jousting에 보다 관심이 있었다.”고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 시대의 기사들은 자신이 섬기는 영주나 군주를 위해 Jousting이나 토너먼트에 참여하기도 하였지만, 어떠한 영주나 군주도 섬기지 않고 자신에게 높은 금액의 보수를 제시하는 영주를 위해 시합에 참여하는 기사들도 생겨났고 이들을 프리랜서(freelancers)라 불렀다. 사실은 당시 상당한 명성을 얻은 성공적인 기사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그 시대의 영주들은 대회의 흥행 또는 자신 가문의 영광을 위해 이러한 프리랜서를 고용하곤 하였다. 이처럼 자신을 고용해 준 영주 또는 군주들에게 빛나는 승리의 영광을 안겨준 기사들은 단순히 돈과 명예만 얻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군주들로부터 작위와 영지까지 하사받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러한 기사들은 물론 토너먼트에서만 싸우는 것은 아니었다. 중세시대에는 법정 분쟁으로 재판을 벌어지면 재판장의 판결을 거부하고 결투로 유무죄를 가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도 했고, 이러한 결투에 대신 싸워줄 대전사(champion)를 구하여 내보낼 수도 있었다. 이처럼 중세 기사들에게는 반드시 토너먼트 경기장뿐만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무대 자체가 치열한 경기장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세기사 토너먼트는 이제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추억속의 경기가 돼버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영국 전역의 잉글리시 헤리티지 재단에서 관리하는 각 지역의 고성에서 매년 중세 마상창술대회가 개최되고 있고 때로는 프랑스 기사단과의 대항전이 개최되기도 한다.

그리고 독일 남부 바이에른 지역에서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축조한 것으로 유명한 루드비히 왕실의 후예인 루이트폴트 왕자가 약 35년 전부터 기사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칼텐베르크 토너먼트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7월에 2주간 개최되는 이 대회에 1000명 이상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방문한다고 하는데, 가디언지는 이 대회를 두고서 세계 최대의 마상창술대회 시합이라고 소개하면서 “마치 ‘왕좌의 게임’의 스크린으로 걸어 들어온 것 같다”고 표현하였으니, 만약 여름에 독일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둘러보는 것을 권한다.


미국에는 아예 “Medieval Times Dinner and Tournament”라는 이름으로 실내 극장에서 디너를 즐기면서 중세 토너먼트 쇼를 볼 수 있는 패밀리 디너 시어터까지도 생겨났다. 이제 미국에서는 일 년 내내 언제든지 예약만 하면 이러한 중세 기사 토너먼트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 디너 시어터는 현재 미국 전역에 그 지점이 9개까지 늘어났다고 하는데, 각 지점마다 75명의 배우와 20마리 이상의 말(horse)이 출연한다고 한다.

이렇게 극장에 편히 앉아 ‘먹으면서’ 싸움을 구경한다니 어쩐지 로마시대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잔혹한 관중이 되어버린 듯 하지만, 사실 현대의 기사 토너먼트는 대부분 프로레슬링 경기처럼 잘 짜인 각본 속에 승패가 정해져 있는 고도의 엔터테인먼트이므로 그냥 유쾌하게 즐기면 될 일이다.

/법무법인 동인 윤현철 변호사토너먼트 대회장에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젊고 잘생긴 기사로부터 빨간 장미를 받은 소녀는 마냥 설렐 수밖에 없을 것이다(사진출처=드라마 '왕좌의 게임' 스틸컷)화려한 갑주를 두르고 미의 여신에게 토너먼트에서의 승리를 바치기 위해 격돌하는 젊은 기사(사진출처=드라마 '왕좌의 게임' 스틸컷)1452년, Brittany 공작과 Bourbon 공작의 jousting tournament‘배트맨 다크나이트’의 조커 역으로 기억되는 배우 히스 레저. 그는 기사 토너먼트 시합을 통해 신분상승을 노리는 지붕수선공의 분투를 다룬 영화 ‘기사 윌리엄’을 통해 팬들에게 얼굴을 알리게 된다. 이 영화에서도 가난한 초보기사 윌리엄은 외상으로 갑옷을 맞추기도 하고, 시합에 패배해서 갑옷을 빼앗기기도 한다. (사진출처='기사 윌리엄' 스틸컷)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국왕 시해혐의를 받은 티리온 라니스터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대전사 마운틴(mountain)과 독사(viper)가 결투하는 장면. 사실 이들은 가여운 난봉꾼 티리온의 판결을 위해서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 마운틴경은 여왕에게 고용되어서 싸우는 것이고 바이퍼는 마운틴에게 사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사진출처=드라마 '왕좌의 게임' 스틸컷)기사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무대인 칼텐베르크 토너먼트 (사진출처= 'Kaltenberger Ritterturnier' 웹사이트 www.ritterturni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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