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 긴급진단] 北 수소폭탄 실험 발표의 전략적 배경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1-06 15: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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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전술의 극치…미국·중국 향한 초강력 '무력시위'

국제사회 제재 예상, 극복 판단한 듯

5월 7차 당대회 앞두고 김정은 정권 강화 포석

북한이 6일 '수소탄 실험에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몇 가지 전략적 배경이 있다.

첫째는 미국을 겨냥해 "이래도 평화협상에 나오지 않고,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진정성 타령'만 할 것이냐"는 항변이다.

'평화협상'이란 한국전쟁이 휴전상태에 들어가면서 1953년 7월에 체결된 정전협정을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바꾸는 협상을 의미한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미국에 대해 평화협상을 제의해 왔다.

2005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9·19 공동성명'에 '평화체제 논의'가 들어가 진전이 있는가 했지만, 북한 계좌가 설치된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미국이 '돈세탁은행'으로 지정한데 따른 북미 간 갈등으로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북한은 2010년 1월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평화협상으로 시작할 것을 공식으로 정전협정당사국들에게 요구했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10·4 선언'에도 중국을 포함한 평화협상 논의를 제의했다.

특히 북한은 2015년 10월부터 12월말까지 5차례 평화협정을 제안했다. 12월 3일 북한 외무성은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모든 문제의 발생 근원인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종식이 확인되면 미국의 우려 사항을 포함한 모든 문제들이 타결될 수 있다"며 미국에 대해 대화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북한의 제의에 대해 미국은 거부의 의사를 표명해 왔다.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는 지난해 12월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와 비핵화와 관련한 약속을 했으며 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신뢰할 수 있고 의미 있는 비핵화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북한이 얼마나 우리와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먼저 북핵 동결이나,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수용 등 비핵화에 관한 성의를 보여야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에 응하는 등 남북 관계 개선에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면서 미국의 태도를 기다려보았으나, 미국이 지난해 말까지 무대응으로 응수하자 이번에 '수소탄 실험'이라는 초강력 무력시위를 강행한 것이다.

두 번째 배경은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하자는 차원에서 볼 수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일의 사망으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북·중 관계는 이전보다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북한의 핵개발과 한중 경제관계의 심화에서 파생되는 현안들에 대해 쉽게 접점을 잡지 못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이나 장거리미사일발사에 대해 유엔결의안에 동참하는가 하면, 미국과 강력한 유대관계를 맺고 자신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북한은 판단해 왔다. 자신들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오로지 ‘미국의 적대시정책에서 생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중국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장성택을 '사주해' 북한의 지하자원을 헐값에 사가는 등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 신경을 쓰는가 하면, 시진핑 중국 주석이 취임이후 한국을 북한보다 먼저 방문하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불만이 아닐 수 없었다.

따라서 이제는 '수소탄 실험'이라는 초강력 무력시위를 통해 중국지도부의 북한에 대한 '시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교정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북한의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계속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이것이 싫으면 미국에 얘기해 평화협상에 나오도록 노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중국지도부에 전한 것이다.

물론 북한의 이번 조치는 '벼랑 끝 전술'의 극치라고 볼 수 있다. 북한지도부는 만약 자신들의 의도대로 미국이나 중국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체제유지에 커다란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는 점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중국이 그렇게 나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3차에 걸친 핵실험이나 수차례에 걸친 장거리미사일 발사 때 미국·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핵실험에 대해서도 유엔이 며칠 논의하고 대북제제결의안을 채택하는 한달 여 동안은 긴장이 고조되겠으나, 그후엔 '기정사실'화 될 것으로 북한은 믿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위기에 몰린 중국이 한반도 안정을 파괴하면서까지 강력한 대북제재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미국인데, 미국도 대통령 선거에다가, 시리아 사태, 중동 사태,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한반도에 방점을 두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 같다.

북한이 핵실험 시점을 연초로 잡은 것은 5월로 예정된 제7차 당대회를 의식한 것이다.

당대회에 임박해서 '축포' 형태로 핵실험을 할 수 있으나, 미리 앞당겨함으로써 이번 핵실험에 따른 일련의 ‘국제적 갈등’을 해소하고, 당대회 때는 '수소탄까지 보유한 강성대국'이라는 점을 주민들에게 고취시킴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

4차 핵실험에 관한 북한의 의도가 이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자명하다. 이번엔 이런 북한의 전략적 기도가 통하지 않도록 미국과 중국과 긴밀히 협의해 초강력 대북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2006년 BDA사건 당시 수준의 초강력 금융제재를 부과해 북한체제가 '피가 돌지 않게 만드는' 수준까지는 가야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이유로, 미국과 중국이 이런 태도를 취할지는 의문시된다. 우리 외교당국의 혜안과 통찰이 요구된다.

안희창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안희창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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