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섬 분쟁 봇물 예상" vs "해상경계 분쟁 확산은 기우" 전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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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태안군 해상경계 분쟁 현장검증 (홍성=연합뉴스) 헌법재판소 관계자들이 24일 충남 태안군과 홍성군 간 해상경계를 두고 갈등을 빚는 죽도 주변 해역을 각 지자체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보고 있다. 2015.3.24 << 홍성군 >> kjunho@yna.co.kr |
헌재 '해상경계 다툼' 새 기준 제시…타 지역 파장 '관심'
군산-서천 어청도 어업 분쟁 등 유사 분쟁 촉발 가능성↑
"남해안·섬 분쟁 봇물 예상" vs "해상경계 분쟁 확산은 기우" 전망 엇갈려
(홍성·태안=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헌법재판소가 30일 충남 서해안 천수만 일대 해역의 관할권을 둘러싼 홍성군과 태안군의 분쟁에서 홍성군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유사한 분쟁 소지를 안고 있는 다른 지역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헌재의 이번 결정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 홍성군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천수만 일대 '상펄어장' 주변 해역의 명확한 해상경계가 구획되고, 해당 어장에 대해 어업권을 갖게 된 데 환영했다.
반면 '영해에 대한 해상경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태안군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두 자치단체의 엇갈린 입장처럼 헌재의 이번 결정은 전국 곳곳에 잠재한 유사 분쟁이 점화할 가능성을 높였다.
◇ '상펄어장' 분쟁 왜 일어났나
분쟁의 중심이 된 상펄어장은 태안군과 홍성군의 공동해역인 천수만 중간 지대에 있다. 썰물 때 모래 등이 드러나는 수역으로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상펄어장 인근 섬인 죽도는 애초 서산군 안면읍 죽도리로 편제돼 있다가 1989년 시·군·자치구의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규정에 따라 홍성군 서부면 죽도리로 편입됐다.
홍성군은 2010년 천수만 내 공유수면 일부 수역에 대해 태안군이 어업면허 처분을 내리자 그해 5월 자치권한 침해를 주장하며 태안군의 어업면허처분 위법확인 소송과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홍성군은 당시 "태안군이 상펄어장과 관련, 행한 어업면허 처분들 가운데 일부가 홍성군의 관할해역에 속하며 과거에도 죽도 어민들이 상펄어장을 사용한 만큼 행정구역 변경과 함께 해상경계도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태안군은 육지나 섬이 아닌 영해구역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관할이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태안군은 "해상경계는 단순한 지도상의 선으로 획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며 국립지리원 도면상 경계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본다"며 "어업면허 업무 등도 지속적으로 처리해 온 상황이고 해상경계 획정이 법령으로 규정되지 않은 만큼 행정관습법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홍성군의 권한쟁의 청구 이후 2011년 한 차례 공개변론을 진행했으나 이후 재판관이 수차례 바뀌며 4년이 지났다.
그러다가 지난 3월 주심재판관인 서기석 재판관 등 6명이 천수만 일대 공유수면의 지형을 직접 확인하는 현장검증을 실시한 뒤 4월 초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그리고 3개월여 만인 이날 결정을 내려 5년여의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분쟁 대상인 상펄어장에서는 태안군 18개 어촌계 어민 1천13명이 바지락을 채취하고 있다. 태안군은 2011년부터 2년 간 10억7천700만원을 투입해 어장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 사정 비슷한 타 지역 분쟁 '분출할까'…전망 엇갈려
헌재의 결정은 타 지역의 유사 분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을 공유수면에 대한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으로 더 이상 규범적 효력이 있다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양 지자체의 이익을 동등하게 다루고자 하는 규범적 관념에 기초한 등거리 중간선 원칙, 공유수면에 위치한 섬들의 존재, 죽도가 서산군에서 홍성군으로 행정구역 관할이 변경된 점, 죽도와 해당 해역이 지리적으로나 생활적으로 긴밀히 연계돼 있는 상황 등을 고려했다"며 "죽도, 안면도, 황도의 해안선만을 감안해 등거리 중간선 원칙에 따라 해상경계를 획정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되는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을 불문법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적인 기준을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해상에 대한 지자체 관할권의 획정 필요성을 인정하고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한 새로운 경계선 획정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어업권과 해상경계를 둘러싸고 잠재해 있는 전국 곳곳에서 분쟁이 점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전북 군산시와 충남 서천군 사이에 어청도 일대 해역을 둘러싼 관할권 분쟁이 있다. 전남 광양과 여수 간, 경남과 전남 간 해상경계 또는 어업권 관련 갈등이 각각 빚어지고 있다.
헌재 결정으로 홍성·태안군의 사례와 유사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안군 관계자는 "태안과 홍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해상경계 분쟁으로 홍역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남해안 일대와 전국 각지의 섬들을 둘러싼 해상경계 또는 어업권 분쟁이 빚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충남도 관계자는 "홍성과 태안 사이의 이번 분쟁은 해상경계 분쟁이라기보다는 상펄어장의 어업권을 둘러싼 분쟁"이라며 "조업권을 둘러싼 갈등은 과거부터 끊이지 않은 만큼 헌재의 이번 결정이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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