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 방안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1일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향 토론회'를 열고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만든 만큼 사실상 정부안이라고 하겠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해 복지부의 감독을 받는 금융전문조직으로 출범시키고, 최고의결기구임에도 유명무실했던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강화해 수익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 과정에서 수익성 못지않게 기금의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온 국민의 노후 생활을 책임진 기금이니만큼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개편이 이뤄지길 바란다.
국민연금 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5천300억원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그 규모가 500조원에 달한다. 세계 3위 안에 든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육박한다. 주식투자 비중은 2013년 말 현재 6.4%로 주식시장의 큰 손이 됐다.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대해 11.21%의 지분을 갖고 찬성표를 던져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세를 차단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출범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금 규모가 커졌음에도 그 운용은 공단 산하 기금운용본부에서 맡아서 해왔다. 현재 1인당 기금운용규모가 2조2천억원에 달한다. 보험료를 거두고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국민연금공단이 감당하기에는 배보다 배꼽이 커진 상황이니 기금의 지배구조를 개편할 필요성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의 여러 본부 중 하나로 돼 있는 기금운용본부는 복지부 산하 '기금운용공사'로 출범해 조직 전체가 금융전문조직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를 통해 투자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공사 사장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게 된다. 기금 투자정책과 자산배분 결정을 담당하는 기금운용위는 사무국을 둔 상설 조직으로 바뀌어 실질적 역할을 하게 된다. 복지부 장관이 맡던 위원장은 민간 위원이 맡고 기금운용 관련 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또 복지부 차관이 주재하던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는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격상해 연금관련 정책을 총괄하게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2% 높이면 보험료율을 2.5% 포인트 인상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투자전담조직을 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전문성을 높여 기금의 수익률을 높일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운용 정책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위험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수익률만 좇아 무리하게 투자를 하다보면 자칫 투자실패로 이어져 재정안정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금융전문가 중심의 기금운용위원회와 철저하게 투자조직화된 기금운용공사의 조합은 기금운용을 제도나 재정안정 문제와 분리시킨 채 철저하게 투자논리에 따라 수행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을비롯해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보사연의 개편안이 복지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이런 의견들을 충분히 수렴하고 세세하게 따져 신중하게 결정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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