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여권 내 논란이 결국 유 원내대표가 8일 의원총회 결과를 수용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언급한 지 13일 만이다. 유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표로부터 '원내대표직 사퇴 권고'라는 의총 결과를 통보받고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면서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 방식과 시기 등을 놓고 논란이 있었던 만큼 여권으로서는 마지막 '일침'을 받은 셈이다. 이런 논란에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당청과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간 갈등의 원인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해소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집권 여당으로서 갈등을 털고 새출발을 할지 아니면 또다른 갈등의 시작으로 이어갈지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됐다.
여권은 이번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과 거부권 파동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새누리당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와중에도 친박-비박으로 나뉘어 권력 다툼이나 하는 정당으로 국민에게 비쳤다. 수많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최고위원 회의석상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고 욕설까지 나온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집권 여당의 책임감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던 이 장면은 정말 큰 실망을 안겼다. 박 대통령은 원래 뜻한 대로 유 원내대표가 물러남으로써 여당 내 영향력을 재확인하고 친정체제를 강화한 셈이 됐지만 '제왕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번 여권내 갈등의 본질이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비박 간의 싸움이라고 할 때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유 원내내표가 의총에서 이견 없이 채택한 사퇴권고를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그 권고를 놓고 친박-비박 간 격론이 4시간이나 이어졌다는 사실은 당내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놓고 표결까지 안 간 것만도 다행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내 분란은 언제든 재발할 소지가 있다. 일단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새 원내대표의 선출이 앞으로 새누리당의 항로를 알아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헌·당규에 공석이 되고 일주일 안에 의총에서 선출하게 돼 있는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또다시 계파간 갈등이 불거진다면 당은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은 지금 집권 여당으로서 할 일이 태산이다. 타이밍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당초 목표한 이달 20일까지 통과시키려면 일각이 급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새누리당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표결 불참에 항의해 이번 주에 추경 관련 상임위를 가동하지 않고, 추경 내용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나서고 있어 더욱 정치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날로 예정됐던 정부 추경안 설명을 위한 본회의 시정연설도 하루 뒤로 늦춰진 상황이다. 올해 주요 선거가 없어 공공·노동·금융·교육 등 4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하지만 공무원 연금개혁에 발목이 잡히고 메르스 사태에다 당청 갈등이 이어지면서 이미 상반기가 훌쩍 지나가 버렸다. 더 늦어지면 기회를 아예 잃고 말 다급한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은 이런 점을 명심해당정청 관계를 하루빨리 복원하고, 당을 추슬러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제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이번 여권 내분으로 실망한 국민에게 다시 희망을 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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