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며 맹위를 떨쳤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1일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는 182명으로 지난달 28일 이후 나흘째 한 명도 추가되지 않았다. 한때 7천명에 육박했던 격리대상자는 2천451명으로 줄었다. 또 보건당국이 집단발병 가능성을 우려했던 강동성심병원이나 구리 카이저재활병원에서도 다행히 환자가 발생하지 않고있다. 며칠 더 지켜봐야 하지만 고비는 넘겼다는 낙관론이 많다. 아직 방역의 고삐를 늦추거나 '종식'을 얘기하기에는 이르지만 한숨 돌릴 수 있는 정도는 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메르스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할 때까지 차분히 방역망을 유지하면서 이번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방역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됐다.
방역당국이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는 기준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한다. 에볼라의 경우 최대 잠복기(21일)의 두 배 기간에 신규환자 발생이 없으면 종식을 선언했다. 이 기준을 원용하면 앞으로 추가 확진자가 없다고 가정할 때 마지막 확진 환자가 나온 지난달 26일을 기점으로 28일째가 되는 이달 23일이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수 있는 가장 이른 날이 된다. 정부로선 메르스 확산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가 워낙 심각해 메르스 종식 선언을 가능하면 앞당기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불안 심리를 빨리 해소하겠다며 무리하게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가 방역망에 또 구멍이 뚫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 감염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확진 환자도 늘어나지 않으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이미 어느 정도 해소돼 가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종식 선언이 없더라도 메르스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성급하게 메르스 종식을 선언하지 말고 완전히 안전해 질 때까지 방역망을 유지해야 한다.
메르스는 우리의 감염병 방역체계 허점과 후진적 의료 시스템을 그대로 드러냈다. '국내에서 메르스 대유행은 없다'는 빗나간 예측에서 병원·환자정보 비공개 결정에 이르기까지 방역당국의 오판과 실수투성이 대처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고 사태를 키운 결정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시장바닥 같은 응급실 상황과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병·간병 문화, 내무반식 병실구조 등도 2차,3차 감염을 확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불협화음과 신경전이 수시로 노출된 것도 방역당국이 일사불란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메르스 청정지역이라며 메르스 환자 수용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이기주의, 의료진의 자녀나 완치된 퇴원 환자에 대한 따돌림, 다른 사람의 감염위험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 괜찮으면 된다는 식의 몰염치한 행동 등 낮은 시민의식도 민낯을 드러냈다. 이 모든 것을 개선하지 않고는 제2, 제3의 메르스에 또 온 나라가 떨 수밖에 없다.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은 장기적 과제로 추진한다 해도 감염병 대응체계 개선은 당장 착수해야 한다. 정부 방역 관계자에게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탁상공론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추세라면 메르스는 이달내로 종식이 선언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지난 5월20일 첫 환자 발생이후 온 나라를 불안에 떨게 한 메르스 피해는 이미 막대하다. 정부는 가뭄피해 대책 예산이 포함된 것이기는 하나 '15조원+α'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추진 중이며 서울시도 메르스 여파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5천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계획이다. 국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른 만큼 메르스 대처 과정에서의 오류를 철저히 분석하고 책임소재를 가려 문책하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올바른 개선책이 마련되고 집행돼 어이없이 방역망이 뚫리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비싼 대가를 치르고도 개선책을 찾지 못한다면 다음엔 더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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