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동네타임즈 ] 미국과 쿠바가 대사관 개설에 합의하면서 1일(현지시간) 외교관계 복원을 공식 선언한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혁명을 이유로 1961년 쿠바와 단교한 이래 54년 만의 역사적인 국교회복이다. 구체적인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7월 중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대사관이 개설될 전망이다. 미국-쿠바 국교정상화는 두 나라 간의 외교관계 복원이라는 1차적 의미를 넘어 냉전시대 유물 청산이라는 큰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제 지구에서는 한반도만이 냉전 체제로 남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 취임 이전 '적과의 악수'를 약속하면서 이란과 쿠바, 북한을 거론했다. 이란은 핵협상 진전으로 미국과 관계개선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실상 북한만이 홀로 '적국'으로 남은 것이다. 북한 탓이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미국이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추진 선언을 한 뒤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도 관계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 미국은 올 1월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고 한미합동군사연습이 끝난 5월에도 북한에 '탐색적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한의 거듭된 거부로 대화는 성사되지 못했다. 북미 간 냉랭한 기류가 조만간 바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정치에서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은 이번에 다시 증명됐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과 반목을 되풀이해 왔고 역사는 이를 보여준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는 대표적 사례다. 김정은 정권만이 세상의 정세변화에 눈감고 있어서는 안 된다. 손만 내밀면 받아줄 여건이 형성돼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북한이 이미 설정해 놓은 자신들의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 발사, 나아가 4차 핵실험 같은 대형 무력시위에 나서며 긴장을 다시 고조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한다. 세계의 변화 기류도 한반도에서만큼은 비켜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그냥 저렇게 북한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다. 분단 70년이 되는 올해는 한반도 정세 변화를 위한 중대한 기로로 꼽혔다. 마지막 남은 냉전 체제 청산은 우리 시대에 이뤄야 할 숙명이다.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물론 우리의 노력이 중요한 부분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문제로 한미정상회담이 연기된 것은 이런 점에서 아쉽다. 2년도 남지 않은 오바마 정부 임기 내에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 양국 정상은 하루 속히 속 깊은 얘기를 나눠야 한다. 그야말로 꼼짝달싹도 못하게 봉쇄를 강화해 탈출구를 찾게 하든, 아니면 김정은 정권이 내팽개치지 못할 당근을 제시하며 대화로 나오게 하든 변화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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