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비참한 살육에 이른 일본의 침략, 식민 지배라고 하는 가해의 대죄를 통절히 반성하고 싶다." 일본의 한 양심적 시민단체가 '아베 담화'에 대항하는 민중담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사이타마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전후 70년, 민중담화의 모임'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역사의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피해자에 대한 성실하고 진지한 사죄를 하는 것"이라며 "평화를 향한 역대 내각의 지침을 일보라도 후퇴시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이 민중담화를 준비하게 된 것은 아베 정권이 오는 8월 발표할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를 담지 않을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담화 초안에서 "역사를 직시하면서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그때그때의 정치권력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민중이라는 확신으로 담화를 발표한다"며 "아시아 이웃국가들과 함께 걸어갈 미래를 생각할 때 비참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의 일본 지배권력이 사죄를 거부한다면 아시아의 미래를 위해 진정한 일본의 주인인 일본 민중이 대신 사죄하겠다는 것이다.
마침 일본 지식인 281명도 아베 총리에게 침략 피해국에 대한 사죄와 반성이 담긴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군 위안부 운영의 주체는 일본군인 것이 명백하다"며 "공통의 역사인식을 확장하면 한일관계의 위기 극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지난달 아베 총리의 방미에 맞춰 그의 그릇된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미국 역사학자들의 성명이 발표된 후 이에 호응해 서명한 전 세계 역사학자 수가 500명에 육박한다. 또 이달 중순에는 일본의 16개 역사 관련 단체가 성명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실로부터 눈을 돌려선 안 된다"며 아베 정권을 질타한 바 있다. 오는 8월 발표될 아베 담화에 '사죄'와 '반성'의 표현을 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베 총리다. 아베 측근들은 "총리가 더 사죄하는 데 대해 일본 국민 내에 위화감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보수층에서는 아베 총리와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지식인과 양심적 학자, 시민단체도 즐비하다. 이들뿐 아니라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 등도 사죄와 반성을 담화에 담으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경기지표가 호전되고, 미일 신밀월과 중일관계 개선 등으로 아베 정권의 지지도는 고공행진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에서는 한 달 새 지지도가 5% 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하락 원인이 아베 총리의 집단자위권 강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4일 중의원 헌법심사위에 출석한 여야 추천 헌법학자 3명 모두가 "아베 정권의 안보 법제가 위헌"이라고 말한 것이 이런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아베 총리의 무리한 돌격 성향이 일본 내 곳곳에서 역풍을 맞는 듯하다. 역사학자, 지식인, 시민단체, 그리고 헌법학자들까지 가세해 아베 총리의 역사수정주의와 신군국주의 노선을 향해 "노"라고 외치고 있고, 일본 국민이 이런 양심적 지성의 목소리에 점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벌써 집권 2년 반을 넘긴 아베 총리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3∼4년은 총리직을 더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는 그가 일본의 민심을 거스르지 않을 때에만 가능함을 아베 총리는 깨달아야 한다. 주변국들의 아픈 과거사를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며 말로만 아시아의 평화를 말하는 아베 총리와 국가 지도자가 잘못된 역사관에 빠져 있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우리라도 나서 과거사를 사죄하겠다는 일본 시민단체. 누가 진정 아시아의 평화를 원하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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