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원명단 공개가 메르스 퇴치 전환점 되길

부자동네타임즈 / 기사승인 : 2015-06-07 16:58:57
  • -
  • +
  • 인쇄

[ 부자동네타임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주말에 23명이나 추가되면서 총 64명으로 늘어났다. 메르스가 전염성이 강하지 않아 곧 잦아들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환자 증가세는 오히려 더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가 초기에 가능성을 낮게 봤던 3차 감염자는 이미 수십 명에 이르렀다. 추가 확진자 중 1명은 이미 목숨을 잃어 사망자도 5명이 됐다. 첫 환자로부터 감염된 14번 환자가 치료를 받은 삼성서울병원은 17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제2의 메르스 진원지가 됐다. 이 병원에서는 14번 환자에게 893명의 다른 환자와 직원이,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17명에게는 715명이 노출됐다고 한다. 평택이나 서울 외에 부천, 부산 등 지방 곳곳에서도 확진자가 보고돼 지역사회 확산이 우려되기도 했으나 모두 병원 내 감염인 것으로 확인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는 메르스가 갈수록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자 확진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24개 병원을 공개하고 자택격리자 1대1 책임관리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자가격리자에 대한 휴대전화 위치추적까지 추진하는 등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논란이 많았던 병원 명단 공개에 대해 공개로 인한 손실에 비해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국민 불안 해소, 질병 퇴치 등의 이익이 커서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는 메르스에 관한 모든 내용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하고 올바른 결정이다. 정부는 또 이달 중순까지 지방자치단체, 민간, 군, 학교 등 모두가 참여하는 총력 대응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메르스 대책의 일대 전환을 의미하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에서 부처간 엇박자가 노출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는 볼썽사나운 일이 더는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정치공학적 계산을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때마침 여야도 메르스 확산 방지와 국민 불안 해소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하니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이번 주말을 계기로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길 기대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방향을 잘 잡았지만 여전히 걱정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우선 4차 감염이나 지역사회 확산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3차 감염자의 경우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더욱 약해진다는 것이 통설이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4번째 확진자는 삼성서울병원에 2-3일 머물렀는데 지금까지만 17명을 감염시켰다. 초기 방역 실패로 2차, 3차 감염자들이 접촉한 사람이 병원 내·외에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병원 내에서만 감염을 일으켰을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다.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제3, 제4의 메르스 진원지가 나올 수 있고 지역사회 확산도 우려되는 만큼 만반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정부는 약속대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제공해야 국민의 협조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에서 갑자기 강한 전염성을 보인 이유에 대해서도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적 전문가들과 협력해 좀 더 깊이 있는 조사를 해주기 바란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살기 적합한 건조하고 온화한 날씨, 가족이 환자를 돌보는 한국의 병원 문화 등 지금 거론되는 가설들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WHO 홈페이지를 보면 지금까지 데이터로는 한국에서 메르스의 지속적인 지역사회 감염이나 공기 중 감염을 보여주는 증거가 없지만 메르스가 생긴지 얼마 안 된 질병이고 이에 관한 정보 격차가 상당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는 조사단의 활동을 통해 이 질병의 성질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WHO도 메르스의 특성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인류 역사를 보면 발생 초기에는 가벼운 질환으로 치부되다가 나중에 많은 희생자를 낸 전염병들도 있다. 보건당국은 국내로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와 중동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거의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변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정부는 신종 전염병이 잠재적 폭발성을 가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모든 가능성을 닫지 말고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