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동네타임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고삐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국민 불안만 커지고 있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에 따르면 3일 현재 격리 대상자는 1천312명이다. 전날 791명에서 한꺼번에 573명이 늘고, 52명은 격리가 해제된 결과다. 메르스 확진 환자는 3차 감염자 1명을 포함해 5명이 늘어나 총 30명이 됐다. 정부 당국의 대처가 손발이 맞지 않고 이미 실행 중인 대책마저도 곳곳에서 구멍이 노출돼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초동대처 실패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됐다. 아직 3차 감염자가 3명에 그치고 감염장소도 병원에 국한된 만큼 이제라도 부처간 대책을 조율하고 기본적인 사항을 점검해 제대로 대처해야 한다. 메르스가 한반도에서 대재앙이 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의 대처는 첫 환자가 발생하고 2주가 됐지만 여전히 체계적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하면서 휴업·휴교를 결정한 초중고교가 전국에 이미 200곳을 넘어섰으나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총리는 이날 지역 교육감들과 대책회의에서 "학교는 학생이 모여 있는 곳이고 학생의 생명과 건강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휴교·휴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측은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학교의 휴교·휴업에 관한 중요한 대책마저도 부처 간에 조율이 안 되고 있는 것을 드러낸 셈이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허술한 관리도 그대로다. 보건당국은 25번 환자가 사망한 경기도 모 병원의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거친 의료진 50여명이 자가격리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중 상당수는 출퇴근하며 계속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한다. 초동대처에 실패한 뒤 하루 2차례씩 보건소에서 모니터링 전화를 해 자가격리자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공언은 공염불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현재의 대처방안에서 문제점이 무엇인지 진단해 개선책을 제시할 것을 주문한 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체계적이고 철저한 대책이 수립돼 이행되기 바란다.
정치권도 정부에 모든 것을 떠넘기고 남의 일처럼 대할 때가 아니다. 메르스 대책에 지혜를 모아야 하는 비상 상황에서 여권은 개정 국회법 통과 책임론을 놓고 집안 싸움을 하며 갈등상황을 이어가고, 야당은 야당대로 정부에 날 선 비판을 하며 책임추궁만 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가중할 뿐이다. 지금은 당정청 협의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을 통해 정부 대책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하고 제대로 이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진심 어린 조언과 정부대책을 뒷받침하는 협력적 조치를 취할 때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시선도 따듯해 질 것이다.
국민도 자기보다 남을 더 배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할 때다. 서울 강남에 사는 한 50대 여성은 2일 자가격리 중에 전북까지 내려가 골프를 쳤다고 한다. 일행 15명과 함께 버스편으로 골프장으로 이동해 라운딩을 즐기고는 "답답해서 바람을 쐬고 싶어 나왔다"고 했다는데 아무리 1차 검사결과 음성판정이 나왔다고는 하나 어처구니가 없다. 만에 하나 일행은 물론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걱정을 진지하게 해봤는지 의문이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 앞세우는 낮은 시민의식은 이미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중국 현지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치료를 받는 K(44)씨는 의료진의 여행 취소 권고를 받고도 출장에 나선데다 홍콩 입국심사 때는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중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이제는 이런 시민의식 실종이 망신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의 보건 안전을 위협하는 지경이 됐다. 그런 일은 없어야 겠지만 혹시라도 3차 감염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감염장소가 병원을 벗어난다면 믿을 건 시민의식밖에 없다. 구성원 모두가 적어도 자기를 통해서 감염자가 더 늘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자신은 불편하고 불이익이 있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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