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 카드로 읽는 동북아 정세의 민감성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3-09 14: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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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정상회담 카드로 읽는 동북아 정세의 민감성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 피습 사건이후 우리사회에서 한미동맹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와중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북·중 정상회담 카드를 느닷없이 꺼내 들었다. 왕 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 기간인 8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올해 북중간 회담이 실현될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중북 관계는 기초가 매우 튼튼하기 때문에 특정 시기와 개별적인 일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되며 받을 수도 없다"면서 "편리한 시기가 언제인지 봐야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간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장성택 숙청과 중국의 대북 유엔제재 동참 이후 급속히 얼어붙은 북중관계에 이렇다할 해빙의 모멘텀이 생긴 것은 아니다. 김 제1위원장이 오는 5월 러시아 전승기념일에 참석키로 하는 등 북한이 중국 보다 러시아쪽에 기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 또한 이미 감지된 사안이었고 예견된 일이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지 3년이 지났지만 단 한번도 정상회담을 갖지 않은 중국이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간 정상회담은 5차례나 있었다. 북중간 고위급 인사교류 역시 재작년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방중과 같은해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의 방북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소원한 북중 관계에서 전략적, 질적 변화가 있다고 볼수 있는 사안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왕 부장이 갑작스레 북중 정상회담을 언급한 배경은 다른 데 있을 것이다. 왕 부장이 회견에서 "한반도정세가민감한 시기"라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양호한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한 것은 6자회담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의 민감함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북아 정세의 복잡 미묘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케이스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한중 관계가 돈독해지면서 한미동맹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국 대사의 무게감, 한일간 과거사 갈등과 관련한 미국내의 미묘한 시각차,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배치 논란 등에서 이 같은 우려가 새어 나왔다. 그러다가 이번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이후 한국내에서 여야와 시민단체 등을 막론하고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자"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고, 심지어 여권 일각에서 사드 도입의 필요성을 공식 제기하고 나섰다. 그동안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온 우리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감지될 경우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불문가지다. 그 일단이 북중 정상회담 카드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한미간 안보동맹 강화는 중국을 불편하게 하고, 한중간 밀착은 미국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외교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게다가 중간에서 한미 동맹을이간질하는 훼방꾼도 있다. 일본 외무성이 최근 홈페이지에서 한국에 대해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것은 한국에 대한 불만표출외에도 미국을 향한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은 미일과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임을 암시함으로써 한미일 동맹에서 한국을 따돌리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일본의 중국 견제가 바닥에 깔려 있다. 한미일 동맹이냐, 과거사문제에서 중국과의 연계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은연중 압박하고 있는 듯한 형국인 것이다.



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현 정부의 시대적 소명은 막중하다. 극단주의자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한미 동맹이 균열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도 웬디 셔먼 국무차관 발언과 같은 미국 정부내의 일본 편향적 시각에 대해서는 적절한 문제 제기를 통해 건강한 한미 관계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는 결코 용납할수 없으며 한미일 동맹의 안정성과 역내 긴장 완화를 위해서라도 일본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필요함을 미국 조야에설득해야할 임무도 갖고 있다. 미국과의 안보 동맹도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결코 소홀할수 없는 우리의 지정학적 상황과 현실을 망각해선 더더욱 안 된다. 그런 엄중한 시기에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이 엉뚱한 쪽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힘을 모아야할 판에 국론을 분열시키고, 균형자 역할을 해야할 시점에 균형을 깨뜨리는 일을 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재앙으로 돌아올수 있다. 국익과 안보 보다 정파적 이해가 앞선다면 큰 화를 당할수 있음은 비단 징비록의 시대에 국한된 경고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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