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하고 공고한 한미동맹 확인은 전화위복
(서울=연합뉴스) "충격적이고 말도 안 되는 범죄이지만 공정한 마음을 지닌 미국인 대다수는 이번 일이 한국 주류 밖에 있는 극단주의적 시각을 가진 사람의 소행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 피습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등 미국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 목소리로 피습 사건이 '극단주의자의 돌출적 행동', '정신이상자의 난동'이라고 규정하면서 이로 인해 한미동맹이 훼손될 가능성은 없으며 오히려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면서 양국 동맹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대변인도 공식 성명을 통해 "한미 동맹은 강고하다"면서 "우리는 분별없는 폭력행위에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주요 미국 언론들은 이번 피습을 보도하면서 '테러'라는 용어조차 쓰지 않고 있다. 범인 김기종씨가 한미훈련 반대 등 이념적 구호를 내걸면서 "내가 테러를 했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극단적 정신이상자의 소영웅주의적 폭력행위는 테러로 표현할 가치도 없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리퍼트 대사가 피습 이후에 보인 의연한 모습은 한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다. 수많은 시민들이 SNS에 '대인배' 등의 호칭을 붙이면서 "세준(리퍼트 대사 아들의 한국명) 아빠빨리 나으세요"라며 쾌유를 기원했다. 여기에 리퍼트 대사가 "한미동맹의 진전을 위해 최대한 가장 이른 시일내에 돌아올 것"이라며 "같이 갑시다"라고 호응하는 등 이 사건 이후 리퍼트 대사와 한국인간의 거리는 훨씬 좁혀졌다. 존 캐리 국무장관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리퍼트 대사를 돌봐주고 쾌유를 기원해 주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피습 사건이후 공고한 한미 동맹이 재확인되고,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젊은 미국 대사가 한국 국민과 친숙하게 된 것, 여기에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 의식이 미국측에 전달된 것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당초 걱정했던 한미동맹 균열 우려는 상당부분 불식됐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사건을 "응당한 징벌" 운운하는 바람에 미국의 대북 인식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고 북미 관계 냉각 장기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 또한 희박해졌다.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한미관계보다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까 고민이 많이 된다"고 우려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남남갈등이다. 지금 당장은 범인 김씨에 대한 분노와 규탄이 지배적인 사회 분위기이지만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북한에 대한 시각을 둘러싸고 정치 사회적 논란이 빚어질 조짐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당장 야권 일각에서는 범인 김씨수사를 서울지검 강력부가 아닌 공안1부가 맡게되자 공안정국이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마침 4월 재보선이 코앞에 다가온 미묘한 정국이기에 논란은 갈수록 증폭될 것이다. 하지만 우방 대사에 대한 피습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발생했고, 그가 북한의 주장을 따라 외치며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단순 폭력행위에 대한 수사로만 국한시킬수는 없다. 또 극소수이긴 하지만 친북 강경그룹, 자생적 북한 추종세력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 같은 범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도 있다. 다만 피해자격인 미국인들 조차 정신이상자의 난동이라고 보고 있는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불필요한 국론분열을 초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미 외교 등 국익을 위해서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을 가볍게 넘겨서도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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