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자의 테러에 한미동맹 균열 생겨선 안 된다
(서울=연합뉴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있을수 없는 테러가 발생했다. 주한 외교사절, 그것도 최대 우방인 미국의 대사가 진보성향 문화단체 대표 직함을 갖고 있는 한 극단주의자의 흉기피습으로 얼굴 등이 크게 다친 이번 사건은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말을 잇기 어렵다. 우리가 미개국이라고 일컫는 국가들에서조차 발생하기 어려운 사건이 대한민국 수도에서 벌어졌다니 국격이 추락하는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번 사건은 '외교관의 신체, 자유 또는 품위에 대한 여하한 침해에 대해서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 '외교관계에 대한 빈 협약'을 정면 위배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5년전 일본 대사를 향해 시멘트 덩어리를 던져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위험한 인물이 버젓이 미국 대사의 강연장에 들어올수 있었던 것 부터가 문제가 아닐수 없다. 경찰은 리퍼트 대사가 경호대상이 아니며 미 대사관 보안과에서 자체 경호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지만,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한미대사가 경호대상 수십명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더욱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의 과거사 관련 일본 옹호성 발언으로 주한미대사관 근처에서 규탄집회 등이 잇따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때 경찰의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한미동맹의 균열 가능성이다. 미국 시간으로 초저녁에 CNN 등 미국 방송들이 이 사건을 긴급뉴스로 보도했으니 미국 국민들은 자국 대사가 얼굴이 피투성이가 돼 이송돼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 만일 미국 주재 우리 대사가 이런 테러를 당했다면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미국 국민과 정부의 착잡함과 황당함을 가늠하기란 어렵지 않다. 자칫 미국내에 혐한 또는 반한 감정이라도 번지게 된다면 공들여온 한미동맹이 훼손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미국측의 오해를 적극적으로 풀어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범인 김기종은 독불장군식 극단적 운동가거나 북한 동조세력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마당 독도지킴이라는 단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지만 사실상 혼자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와 같은 시대에 대학을 다닌 한 야당의원은 "너무 돌출행동을 많이 해서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고 했다. 그는 테러 동기로 '한미연합훈련 반대'를 외쳤고, 기자들과 만나서는 "전쟁훈련 때문에 남북이산가족들이 만나지 못했다. 작년 10월에 부임해 마흔을 갓 넘은 사람이 어떻게 우리나라 통일 정책을 감당할지 안타까워서(범행을 저질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주한미대사가 통일정책을 감당하고 있고, 그를 위해하면 연례 한미합동훈련을 중단시킬수 있다고 생각하는 황당한 인물, 지난 2007년에는 우리마당 습격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중 분신을 시도한 전력이 있는 극단적 인물이 민화협 행사에 초청받은 것부터가 문제가 아닐수 없다. 더욱이 그런 인물이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통일부에서 임명한 통일교육위원을 지내면서 학생과 시민을 상대로 통일과 관련한 강의를 했다고 하니 도대체 통일부는 이런 정신병자를 걸러낼 최소한의 여과장치조차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수 없다.
극단주의자 한명의 테러 행위로 견고한 한미 동맹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할 외교적 대가는 엄청날수도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도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지 모른다. 당장 일본 언론은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마치 셔먼 차관의 일본 편향 발언과 이 사건이 관련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김기종이 독도관련 단체 대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또한 한일간 과거사·영토 갈등에서 미국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 가뜩이나 대미외교에서 일본에 밀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우리 외교부로서는 무거운 돌덩이를 하나 더 안고 링에 올라가는 권투선수의 심정이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릴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신중함과 의연함을 잃어선 안 된다. 우리 국민 대다수의 한미 동맹에 대한 지지와 극단주의자의 돌출 테러에 대한 온국민의 엄중한 규탄이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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