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로 얼룩진 '미생 김영란법'
(서울=연합뉴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오늘 국회를 통과했다. 국가 청렴도 지수 세계 47위라는 오명을 벗고 청렴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공직사회의 기강부터 확립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 이 법이다. 그 발단 또한 '떡값 검사', '스폰서 검사', '벤츠 여검사' 사건에서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잇따라 무죄 선고가 내려진데 대한 공분, 즉 고위 공직자나 판검사들의 부정부패를발본색원해야한다는 여망에서 입안된 것이 이 법인 것이다. 1회에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하면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하고, 100만원 이하라 해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수수금액의 2배에서 5배까지 과태료를 물릴수 있도록한 법 규정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관행에서 보면 다소 가혹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만연한 공직부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범국민적 열망이 입법화로 연결된 것은 투명사회를 향한 첫걸음으로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정작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은 꼼수와 모호성으로 가득차 있다. 민간영역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사를 포함시킨 것부터가 그 시작이었다. 언론의 반대를 끌어내 입법화를 무산시키고자 했던 그들의 속내는 이미 이완구 총리의 후보자 시절 발언에서 그 일단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이번엔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에게 불리한 부분은 쏙 빼는 '과감한' 결단이 내려졌다. 공직자가 자신 또는 가족, 친족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논의 부족을 이유로 빠져 버렸고, 법 적용 가족대상 범위도 배우자 한 명으로 축소했다. 최근 전직 해참총장이 아들을 통해 뇌물을 받은 사실조차 눈을 감은 것이다.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공공성을 이유로 언론인을 포함시켰다면 납품비리 의혹이 있는 대기업 관계자,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 관계자는 왜 제외했느냐는 항변이 잇따르고 있다. 론스타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시민단체 대표가 구속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인데도 말이다. 포함시켜야할 것은 빼고 넣지 말아야 할 것은 억지로 담은 꼴이다. 부정청탁 행위 유형 명시 규정 또한 너무 복잡하고 모호해 법률가가 봐도 알수 없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법의 명확성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가관은 법 시행시기를 1년6개월 후로 정한 것이다. 통상적인 법의 경우 시행시기는 1년 후다. 공교로운 것인가. 다른 법들처럼 시행시기를 1년후로 정했다면 내년 총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 된다. 19대 국회 임기 동안, 그리고 차기 총선때까지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선 6개월을 더 연장한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위헌 소송이라도 제기돼 법을 개정하더라도 20대 국회로 넘기겠다는 무책임의 극치다. 과연 이래가지고야김영란법이 제대로 시행될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여야가 2월 임시국회 시한을 지켰다는 모양새만 취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논란만 가중시킨 '미생법'을 만든 꼴이 됐다. 국회가 여론에 등 떼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내놓은 법이라 할지라도 법은 법이다. 추가 입법 및 시행령 제정, 필요하면 법 개정 등을 통해 보완할 점은 보완하고 위헌 소지가 있는 부분은 삭제하면서 공직자의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릴수 있는 완생 김영란법으로 만들어가는 수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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