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가계부채 급증세
(서울=연합뉴스) 가계 빚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외환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1∼2월에만 3조4천481억원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과 비교하면 무려 8.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미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작년 4분기에도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5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작년 4분기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은 20조4천억원 늘었고 그 대부분인 88.7%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작년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부동산금융 규제가 완화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기는 하다. 최근엔 전셋값 급등을 견디지 못한 세입자들이 저금리로 대출받아 주택 구매에 나서는 것이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계 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올해 들어 그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른데다 당분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
이미 1천조 원을 넘어서 가계 부채 규모에 대해서는 이미 한계점 또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계의 부채 감당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 2013년 기준 한국이 160.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35.7%을 능가한다고 한다. 특히 가계 부채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 속도나 규모를 우리 경제가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담보대출을 해서라도 집을 사는 사람이 많아져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고 이것이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면 반길 일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하락하면 엄청난 가계 부채는 경제에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소득이 많이 늘어나지 않는 현실에서 빚 부담이 커지면 가계의 씀씀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의 구조 개선에 나서기는 했다. 단기ㆍ변동금리 위주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ㆍ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등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낮추고 원리금분할상환으로 유도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계부채의 총량을 관리해 증가율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부채 총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가계부채를 줄이는 가장 이상적인 길은 경제 활성화로 가계 소득을 늘려 빚을 갚을 수 있게 하는 것이지만 당장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다고 가계부채를 무리하게 줄이려고 하면 소비 위축 등 역풍을 불러올 위험도 있다. 이런 점에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세밀한 정책이 요구된다. 분명한 것은 지금 같은 가계부채 급증세는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미봉책이나 뒷북정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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