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문화 퇴행시키는 조합장 선거 '무관용' 대처해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24 15: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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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문화 퇴행시키는 조합장 선거 '무관용' 대처해야



(서울=연합뉴스) 내달 11일 실시되는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오늘부터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오른다. 농·수·축협과 산림조합 조합장 1천326명을 뽑는 이번 선거는 부정선거를 방지하고 선거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직접 관리하에 실시되는 첫 전국 동시 선거다. 그러나 취지가 무색하게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불·탈법이 줄을 잇고 있다. 굴비세트, 갈비세트가 돌려지고, '돈봉투'를 뿌리다 적발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상대 후보를 매수하기 위해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건네다가 적발된 사례도 여러 건이다. 심지어 단속해야할 선관위 직원이 예비후보자의 등을 쳐 돈을 뜯어내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한다. '4당 5락'(4억을 쓰면 떨어지고 5억을 써야 당선된다)이니, '동네 강아지도 돈봉투를 물고다닌다'느니 하는 말까지 나도는 지경이다. 마치 자유당, 유신 시절의 '막걸리 선거', '고무신 선거'를 연상케 한다. 이전부터 조합장 선거를 '가장 오염된 선거'라 부르기는 했지만, 지금벌어지는 행태는 우리 선거 문화를 30∼40년 전쯤으로 퇴행시키는 작태가 아닐수 없다.



조합장 선거가 이처럼 혼탁한 것은 당선만 되면 지역권력자로 부상할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연봉이 1억원 안팎에 이르고, 각종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판공비를 마음대로 쓸수 있을뿐 아니라, 연간 수억원의 사업 지원비 지출도 조합장 전결로 이뤄진다고 한다. 여기에다 농산물 판매, 금융 대출, 인사 등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어 조합장의 권한은 가히 무소불위라 할만하다. 그렇지만 조합원들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이들을 견제할만한 기구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조합은 지역사회에서 끈끈한 결속력을 갖고 있고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자치단체장이나 지역 정치인들이 오히려 조합장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악어와 악어새 처럼 상리공생의 관계인 것이다. 또 공식 선거운동을 13일로 제한하면서 합동토론회와 연설회는 아예 할수 없도록 한 '깜깜이 선거'로 인해 혼탁이 가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직 조합장이 아닌 예비후보자들은 제도적으로유권자를직접 만날수 있는 기회를 봉쇄당했기 때문에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는 돈이나 선물을 돌릴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깨끗한 선거를 만들겠다는 법제도가 사실은 현직 조합장에게 막대한 프리미엄을 주면서 예비후보자들의 불·탈법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선거가 혼탁해지자 금품선거 사례 등을 제보할 경우 포상 최고액인 1억원을 지급키로 하고, 중대 선거사범의 경우 끝까지 추적해 당선무효조치를 취하기로 하는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합장 선거는 유권자수가 적고 조합원들이 대부분 지역사회에서 친인척이나 선후배로 얽혀 있는 끈끈한 관계여서 부정행위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고, 내부 고발을 할 경우 지역사회에서 매장당할 우려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그런데도 기부행위 제한이 시작된 지난해 9월2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중앙선관위가 적발한 위법행위는 329건으로 이 가운데 고발이 68건, 수사의뢰는 13건에 이르고 있다하니 불·탈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만 하다. 선관위와 검경은 관련 인력을 총동원해 선거문화를 퇴행시키고 있는 조합장 선거의 불·탈법 행위를 철저히 단속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 '불법 선거운동과의 전쟁'이라는 각오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직 조합장에게 프리미엄을 주는 현행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개선하고, 막강한 권한을 갖는 조합장에 대한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할 것을 관련 당국과 국회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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