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불안 증폭시키는 軍피아의 탐욕
(서울=연합뉴스) 공군의 예비역 고위 장교들이 우리 군 주력 전투기들의 정비 대금 등 24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법정에 서게됐다. 명예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군인들이 예편 후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사기 행각으로 거액을 챙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6일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의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수년간 거액의 정비대금을 가로챈 혐의로 공군 예비역 중장 천모(67)씨와 예비역 대령 천모(58)·우모(55)씨를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공군 하사관 출신의 박모(53·구속기소)씨가 설립한 블루니어에서 재직하면서 박씨의 사기 행각을 도왔다. 블루니어는 방위사업청 및 공군군수사령부 등과 457억원 상당의 각종 부품 교체 계약을 맺은 뒤, 이중 243억원 상당의 부품에 대해 교체하지도 않고 교체했다고 허위로 서류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렇게 허위로 교체한 부품들 중에는 공군 주력 전투기인 KF-16과 F-4 전투기의 핵심 부품들이 포함돼있다. 수십조원을 들여 차기 전투기를 들여오고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하면 무엇하나. 군피아들의 비리를 막지 못하면 최첨단 전투기도 별 소용이 없다.
최근 수뢰 혐의로 구속된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은 현역 시절 한 방산업체 대표에게 군함에 대통령과 함께 시승하도록 해주겠다는 제의까지 하며 7억여원의 뇌물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단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을 수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 주는 대가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에 영향력을 행사해 장남의 회사인 요트앤컴퍼니에 7억7천만원을 제공하도록 했다. 또 STX조선해양의 사외이사를 맡은윤연(66) 전 해군작전사령관을 통해 STX 측에 요트행사 후원금을 요구했다. STX 측이 머뭇거리자 정 전 총장의 장남은 국제관함식에 참석하는 대통령이 탑승할 군함에 강덕수 당시 STX 회장을 동승하게 해 주겠다고 제의하면서 7억7천만원의 후원금을 달라고 했다. 정 전 총장 자신은 윤 전 사령관을 통해 강 회장에게 "해군참모총장인 내가 직접 얘기했는데 STX에서 해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사업을 할 생각이 있습니까"라며 돈을 독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총장측은 뇌물을 받기 위해, 대통령과 함께 군함에 탑승할 기회를 팔고 그것도 모자라 업체를 협박까지 한 것이다. 이런 사람이 우리나라의 해양 안보를 책임지고 있었다니 기가 막힌다.
합수단은 지난해 11월21일 출범한 이후 방위사업 관련 비리들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이에따라 과거 본격 수사 없이 묻혀졌던 사건도 이제 다시 그 진실이 밝혀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정 전 총장의 수뢰 사건도 지난 2011년 대전지검이 본격 수사를 포기해 영영 묻혀버릴 뻔 했다가 이번에 그 실체가 드러났다. 합수단은 이밖에도 통영함 사업, 방탄복 납품 비리 등과 관련해 현역 영관 장교들을 구속했다. 군 출신 인사들이 인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는 이른바 군(軍)피아 비리는 우리 안보의 근간을 갉아먹는 이적행위다. 그런 의미에서 방산비리 척결이라는 합수단의 임무는 안보를 다지고 강화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박근혜 대통령도 방산 비리에 대해 이적행위라며 "반드시 밝혀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합수단에는 검찰, 국방부 등 7곳의 사정기관에서 무려 105명이 참여해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다시 이런 규모의 합수단이 구성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합수단이 유념해야 할 것은 방산비리 수사에 성역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 저곳 눈치나 보며 좌고우면한다면 비리는 다시 독버섯처럼 자라날 것이다. 합수단이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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