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하 인적쇄신, 그리고 '설 민심' 동향
(서울=연합뉴스) 이완구 총리 인준 하루만에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 등 4개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윤두현 청와대홍보수석은 관심을 모았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와 관련해 "김 실장은 그동안 몇 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이신 것으로 안다"며 "설 연휴가 지난 뒤 적절한 시일을 택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구 총리 카드가 병역, 부동산 의혹 등과 함께 언론외압 파문으로 빛이 바란 상황에서 청와대 인적쇄신의 가늠자로 간주돼온 비서실장 인사발표 마저 불발되면서 설연휴 민심을 겨냥한 청와대발 인적쇄신 극대화 효과는 반감돼 버렸다. 오히려 해수부장관에 임명된 유기준 의원은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국토부 장관으로 임명된 유일호 의원은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친박계 핵심인사라는 점에서 이번 소폭 개각으로 박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강화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유출' 파동이후 급전직하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비박 지도부의 국정쇄신 압박 등에도 불구하고 임기 3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기조를 변함없이 가져가겠다는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장 야당은 "쇄신없는 인사로는 국민에게 아무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아직도 대통령이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여당은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며 "국정운영 경험이 많은 분들이 당·정·청 소통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전면적이고 획기적인 쇄신'을 바랐던 비박 지도부 입장에서는 속이 탈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2·8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와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 등 범여권의 악재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어 지지율이 3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수도권을 중심으로한 여당 의원들의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비박계 유승민 원내대표 당선 역시 이런 위기감의 반영이라는 게 여권내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여당 비박 지도부가 요구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변화다. '청와대 독주'라는 모습을 벗어나 당을 중심으로 청와대와 내각이 힘을 합쳐 현 위기국면을 타개해 나가려면 먼저 청와대가 획기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설 연휴 직전 단행된 이번 개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이완구 뒷담화'와 연결돼 설 민심 동향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각지에 퍼져 있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전국의 여론이 뒤섞이면서 일정한 민심의 흐름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최근에는 연휴기간이 길어지면서 제2의 휴가철로 인식되고 있고, 가족이 모인다 해도 세대간 현격한 견해차로 인해 되도록 정치 얘기는 피한다고 하니 과거와 같은 민심 흐름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설 밥상머리에서 흔히 나오는 취업과 결혼, 자녀 진학과 건강, 그리고 노년의 삶 등의 문제들은 경제, 교육, 복지 정책 등과 직결돼 있다. 이는 결국 현 정권의 국정수행 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간접적 평가로 이어지게 된다. 직접적인 정치 얘기가 줄었다고 해서 민심의 동향을 살피는데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많은 국민은 인적쇄신의 마침표를 청와대 비서실장 인사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설 연휴 이후부터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권이 이번 설 민심의 동향을 제대로 살펴 국정운영 기조를 새롭게 다잡는 계기로 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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