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걸고 불과 맞서는 소방관에 '가짜' 방화복이라니
(서울=연합뉴스) 전국 소방서에 제품검사를 받지않은 방화복이 무더기로 납품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처우에 부실한 장비로 화마와 싸워야하는 소방관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인 특수방화복마저 '가짜'라니 믿기 어려울 정도다. 소방당국은 뒤늦게 의심가는 방화복 착용을 중지시켰지만 품질검사가 조작된 방화복의 보급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수방화복은 불길과 사투를 벌여야하는 소방관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다. 고온에 잘 견디고 강철보다 질긴 아라미드계열 등의 특수섬유로 만들어진다. 400도 이상의 열을 견뎌야 하는 등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제품검사(인정검사)를 거쳐 정부에 납품되지만 품질검사를 거치지않은 방화복들이 대량으로 유통됐다는 것이다. 국민안전처와 조달청에 납품된 수량과 KFI의 검사수량을 비교한 결과 드러난 사실이다. 검사도 받지않은 방화복들이 마구잡이로 '합격' 도장이 찍힌 채 소방관들에게 지급됐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가짜' 특수방화복들이 언제부터, 얼마나 전국 소방서에 지급됐는지조차 아직 파악되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규모만도 최소 수천벌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일단 응급조치로 안전검사 미필이 의심가는 방화복을 착용하지않도록 전국 소방서에 통보하고 새로 방화복을 서둘러 구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안전'을 최일선에서 다루는 현장부서조차 이런 부실, 불량장비가 공급되고 있는 현실은 충격을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사안의 본질은 소방복의 '검사미필'이 아니라 소방관의 신체와 생명에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에 눈을 감은 반사회성이다. 특수방화복에 적용되는 엄격한 품질기준은 그만큼 방화복의 신뢰도와 안전성이 소방관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일벌백계식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 요구되는 이유다.
우리 소방관서의 열악한 사정은 익히 알려져있는 사실이다. 서울의 경우 소방장비의 3분의1이 노후된데다 그나마 주요장비 보유율도 크게 떨어진다. 방화복의 경우 1만2천여벌이 필요한데 비해 8천여벌만 가지고 있고, 그나마 절반인 4천여벌이 낡은 상태다. 가까운 인천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펌프차 등 소방차의 20%가 내구연한을 초과한 채 운용되고 있어 교체가 시급한 실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 신설되는 국민안전처에서 소방이 중추적 역할을 맡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소방의 가장 큰 자산은 유능한 소방관"이라며 "부족한 인력 증원과 처우개선, 소방장비 예산 지원 등 소방관 여러분이 현재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순히 소방관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소방장비를 신뢰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가 해야할 최소한의 의무이기도 하다. 내 목숨을 맡길 소방관들에게 '가짜' 방화복을 입혀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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