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로 출발부터 삐걱이는 문재인호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09 1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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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로 출발부터 삐걱이는 문재인호



(서울=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가 9일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야당 지지층의 상당수가 아직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 터에 그가 과거 대선후보때도 거부했던 참배를 당 대표가 된후 첫 일정으로 잡은 것은 용기있는 결단이자 변화의 출발로 평가하고 싶다. 그는 방명록에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입니다.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고 적었고, 앞서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직후에는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의 공이 있고,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의 공로가 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임 대통령으로 함께 모시고 함께 기념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따라 다녔던 '산업화시대 부정'이라는 지적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의 이번 행보를 놓고 차기 대선을 앞둔 '중도 끌어안기' 외연 확장 전략이니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통합 역행 행보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니 하는 해석들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묘역을 참배한 뒤 "진정한 국민통합은 가해자 측이 잘못을 반성·사과하고 피해자를 위로해서 피해자가 용서하는 마음을 가질 때 이뤄진다"며 "박근혜 정부가 그런 진정한 화해와 통합의 길로 가길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국민통합을 깨는 현저한 사례가 많은데 이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민주정부의 역사를 부정한 것"이라며 "그 부정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6ㆍ15, 10ㆍ4 공동선언을 실천하지 않는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를 결단한 만큼 현 정부도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역사를 부정하지 말고 존중하라며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다소 때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엄연한 유력 대선 주자이자 제1야당 대표인 그가 자신의 책임과 판단하에정치적 행보를 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볼 일은 아니다. 물론 그의 정치적 변신이 기존 야당 지지층으로부터 어떤 호응을 얻을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국민 통합을 바라는 다수 국민은 과거 강경 친노의 이미지를 탈색한듯한 그의 변화를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그것만으로도 문 대표는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국민의 오랜 무관심과 외면의 기류를 바꿀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야당 최고위원들의 행태다. 당 대표가 국민통합을 위해 결단을 내린 당의 상징적 행사에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들중 한 명은 기자들에게 "대선을 준비하는 문 대표로선 참배할수 있지만 첫 일정으로 잡은 건 당원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또 하나의 박근혜라 할 수 있는 박정희 묘역을 참배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도 돌출 발언과 행동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나 그 전신인 민주당을 꽤나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인물이다. 일부 야당 정치인중에는 여전히 선명성있는 투쟁만이 당의 살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소속당과 국가를 위해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인지도 제고나 총선 당선 등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선명성 경쟁을 하는 것인지는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문 대표가 변화를 추구한다 하더라도 최고위원들이 동조하지 않으면 도로(徒勞)로 끝날 뿐이다. 문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가 고질적인 당 정체성과 노선 논쟁의 또 다른 신호탄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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